"앞으로 클 기업이니 회계부정 넘어가자?
황우석 사례 보듯 거짓이 현실 못바꿔"

지난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 회계 정황이 담긴 내부문서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개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 회계'는 '李부회장 경영권 승계'가 몸통
증선위 결정 더일찍 이뤄졌다면 시장 불확실성 줄일수 있었을것

회계 조작행위는 대한민국 경제를 '모래위의 성'으로 만드는 짓
법이 없어 제재 못한게 아니라 삼성 로비력이 반영된 것일수도 감독당국 제역할 못한것도 잘못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이미 합병 됐다고 해서 내막 조사하지 않는 건
 '성공한 쿠데타'라 처벌 못한다는 논리… 
향후 불법 막기위해선 첫단계로 삼성물산 특별감리 실시부터 해야"
글로벌 대기업 경영권을 '혈연 승계'한다는건 한계
지금 방식으론 총수일가 삼성과 같이 갈수 없어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된 <일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키워드로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문제를 짚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 일문일답.

-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해 4조5천억원의 자산을 부풀리는 고의 분식 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증선위 결정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된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공개한 의원으로서 총평을 한다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지난 2016년 말 시민단체 참여연대 등에서 최초 문제제기해 거의 2년을 끌어 오는 동안 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 금융당국이 좀 더 일찍 적절한 조치를 취했었다면 시장의 충격이 지금보다는 덜 했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진실을 끝까지 덮고 모든 사람을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고의 분식 회계로 조작하고 속이는 행위는 대한민국 경제를 '모래위의 성'으로 만드는 짓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시장경제는 앞으로 보다 투명한 원칙 위에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금융위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 당국이 이전 정부에서는 '문제 없다'고 해 놓고 정권이 바뀌니 결론을 바꿔 시장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려 불안감을 키웠다는 견해도 있다.

"잘못된 점을 바로 잡고 고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여기까지 잘못을 방치한 점이 잘못이다. 분식 회계는 삼성바이오가 한 것이지 그것을 터뜨린 참여연대나 최종 확인을 한 증선위가 한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과거 잘못된 조치를 취한 점은 그것대로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하겠지만 그 잘못을 그대로 영원히 묵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 회계의 몸통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라며 금융감독 당국이 삼성물산 특별감리를 비롯해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지난 2016년 코스피 상장을 놓고서 특혜 상장 논란이 일자 삼성측에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는데 당시 금융 감독 당국이 국내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요건을 완화해서 따랐다는 입장이다. 또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고의 분식 회계 판정을 내림으로써 회사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것이 국익에 안 좋다는 의견도 있다.

"회사 창립 이래로 수년째 적자가 쌓이면서 자본 잠식 상태인 기업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미래 성장 기업이니 고의 분식 회계를 넘어가자는 말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우리는 지난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를 겪으면서 사기와 거짓말로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지켜봤다."

- 이번 사태는 지난 2001년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Enron)' 회계 부정 사건과 많이 비교된다. 엔론은 회사는 파산되고 CEO(최고경영인) 제프리 스킬링은 24년형을 선고받았다가 피해자들과 손해배상 합의를 한 뒤 14년형으로 감형돼 올해 풀려났다. 이에 반해 삼성바이오는 과징금 80억원에 대표이사 해임 권고로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달부터 강화된 법률 규정이 적용되지만 이번 사태는 법 개정 이전이어서 국민들의 비등한 법감정과 괴리가 많다. 역대 사례를 보면 삼성 관련 사건은 삼성이 일을 저지르면 법이 따라가면서 개정돼 삼성은 자신들로부터 비롯된 모두 법을 피해가는 모양새다. 이를 개선할 방안은 없는가.

"법이 없어서 삼성의 잘못을 규제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의 로비력, 영향력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지만 감독 당국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 우리 사회 힘 있는 기관일수록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잘못된 태도가 있었다. 사회 모든 곳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삼성이든 어떤 회사든 잘못이 있으면 따지고 지적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법의 범위 내에서 규율하면 된다. 더 이상 늦장 대응으로 불법 상태를 방치해놓고서는 법이 없어서 규율을 못했다는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박용진 의원은 그동안 우리나라 힘있는 기관들이 삼성 등의 불법 행태에 늦장 대응하면서 국민들의 피해가 컸다며 향후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법이 부여한 범위 내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불법 상태를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이번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판정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에 끼칠 영향은.


"이번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사태의 몸통은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모회사 제일모직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도출하기 위해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이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1995년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 자행된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는 고발이 들어오자 당시 검찰은 처음에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기소하지 않았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미 됐다고 해서 그 구체적인 내막을 조사하지 않는다면 제2·제3의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마치 앞으로 있을 군사 쿠데타를 막기 위해서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하듯이 이미 이뤄진 합병이라 하더라도 향후 있을 비슷한 불법을 막기 위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 첫 단계로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 향후 있을 이재용 부회장 3심에 미칠 영향은.

"2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포괄적 경영권 승계 작업은 없었다'는 전제 아래 이 부회장이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성사를 위해 최순실측에 제공한 각종 편의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보면 삼성은 그룹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을 긴밀히 논의하고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바이오 가치를 높인 것을 알 수 있다. 대법원이 이 부분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

- 기존 '취득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지면 '금산분리원칙'에 따라 삼성생명은 3%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20조원 안팎)을 매각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의 1대 주주인 삼성물산(43.44%)이 삼성바이오 지분을 2대 주주 삼성전자(31.49%)에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9조6천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해 삼성생명에서 내놓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삼성측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동안 다른 금융업종은 관련법이 개정돼 모두 시장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시가법에 따라서 규율 받고 있는데 보험업종만 유달리 취득가를 적용받았었다. 사실상 삼성생명 한 곳만 금산분리를 위반하며 혜택을 보고 있는 구조였다. 이 또한 그 동안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다.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을 염려해서 이 또한 계속 미뤄 둘 수는 없다. 삼성전자가 이른바 '3% 룰'을 넘어선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사들여 자사주화해 소각하는 방식 등 의지만 있다면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풀 수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글로벌 기업 삼성이 더 이상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불법 행위로 오명을 뒤집어 써서는 안 된다며 이 부회장은 핏줄만으로 당연하게 삼성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측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향후 취해야 할 전향적인 조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연 매출액이 우리나라 GDP(국내총소득)의 14.6%에 이르고 50여만명의 직·간접 고용을 책임지는 글로벌 대기업이다. 그런 글로벌 대기업이 총수 일가의 불법 경영권 승계로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며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 부회장은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자신이 삼성 경영권을 당연히 물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핏줄만으로 글로벌 대기업의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관념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이 부회장 일가는 이제 삼성을 놔줘야 한다. 지금 방식으로는 삼성과 이재용 일가가 같이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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