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11월, 대한민국은 쇼핑 축제가 한창이다. 이달 열리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와 중국 광군제에 맞춰 쇼핑 수요가 증가할 것을 예상해 유통업계가 이 시기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치는 것이다. 분명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이하 코세페)'가 진행됐음에도 말이다.

코세페는 정부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 올해로 3년째. 그러나 아직도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낮다. 참여업체도 매년 감소 추세인데 추석 명절 특수가 무색하게 매출도 하락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기간도 짧아지고 예산도 대폭 줄었다. 예산 34억5천만원은 지난해(약 51억원)의 67% 수준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절반 이상(54%)이 아이돌 출연료가 포함된 '기획 및 홍보' 명목으로 쓰였다.

소상공인 참여 지원 예산은 지난해(약 27억8천)억원 대비 46%에도 못 미치는 13억원에 그쳤다. 행사 취지를 벗어난 예산 집행에 참여 업체는 물론 소비자들도 미온적인 반응.

미국 블프와 중국 광군제에는 특별한 스타마케팅이 없다. 평소 하던 세일에서 카드사 할인과 쿠폰 몇 개를 더한 것이 아니라 80∼90% 파격적인 세일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소비자들의 지갑은 당연히 열릴 수밖에 없다. 올해 중국 광군제는 35조라는 역대급 판매액을 기록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지난 코세페는 잊고 완전히 새로운 '한국판 블프'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은 창립주년 행사와 맞물려 식품부터 가전제품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위메프와 11번가, 이베이코리아 등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특정 날짜와 시간마다 파격적인 할인가로 상품을 판매하는 '타임 딜' 등을 마련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평소 고가라서 구매를 망설였던 IT 제품을 주요 상품으로 지정하는 덕에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열고 있는 쇼핑 행사와 코세페를 향한 소비자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개별 업체의 차별화된 마케팅과 전략을 정부가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진짜 한국판 블프를 만들려면 참여를 강요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4차산업혁명, 전통시장, 중소기업, 한류까지. 쇼핑 축제의 본질을 벗어나 정부 이미지만을 챙기는 마케팅도 멈춰야 한다. 블프와 광군제의 성공의 원인은 '저렴한 가격'외엔 없다. 내년에도 지금까지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소비자들은 "조금 더 기다렸다가 11월에 사지 뭐"라며 구매를 미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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