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엑서더스다. 국내에서 최저인건비 급증과 그물망 같은 규제로 인한 제약 등 기업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해외로 빠져 나가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2017년 기준 기업활동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국외 자회사는 8천737개로 1년 전보다 7.5% 늘었다. 2016년엔 국외 자회사가 전년 대비 83개 감소했는데, 지난해에는 612개나 크게 늘었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친노조적 정책과 기업 규제 강화 등 전반적인 반(反)기업 정책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자칫 대한민국의 '산업 공동화(空洞化)'가 우려되고 있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우리나라 기업 자금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송금액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437억달러였다. 일자리 확대를 위해선 중소기업이 중요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비싼 인건비, 각종 규제에 막힌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접을 생각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중소기업마저 한국을 떠나는 탈 한국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중소기업 해외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전년보다 13억달러 늘어난 75억달러였다. 이는 3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당장 네이버 라인이 대만에서 현지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인터넷 은행 사업 진출에 나선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라인의 자회사인 '라인 파이낸셜 타이완'은 최근 인터넷 은행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지분을 공개했다. 라인 측이 40.9%로 최대주주가 되고 대만 후방은행이 25.1%의 지분을 갖게 된다. 앞서 대만 당국은 비금융 자본이 인터넷 은행 사업자 지분을 6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리는 규제에 묶여 있다.

이에 앞서 규제가 풀리지 않으니 네이버와 카카오는 서울 대신 도쿄에 투자를 하게 됐잖은가. 네이버는 일본 모바일 메신저 자회사 라인에 7천517억원을 투자한다. 일본 라인은 모(母)회사의 투자금에 일반 투자자 자금까지 1조5천억원을 확보해 간편 결제 서비스인 라인 페이와 보험·대출·증권과 같은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카카오도 올 초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 개발 자회사 '그라운드X'를 일본에 설립했다. 설립 후 4개월간 직원 100여명도 채용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들이 신규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서울이 아닌 도쿄를 선택한 것은 충격적이다.

정부 정책은 면밀하고 기업친화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는다. 예컨대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놓고 근래 논란이 작지 않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소득증대 정책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이면 소득 분배가 개선될 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할 것이란 성장 공식이 현실 경제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단적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 시행 이후 소득 분배는 오히려 더 나빠지고 일자리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분야의 저소득층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의 정부 지원 의존도가 높아졌다. 정부는 이제라도 친기업 정책을 강화,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미래 꿈을 키우도록 뒷받침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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