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의 기준은 계파의 이익이 아닌 민심에 있다”

▲ 윤명철 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윤명철 기자] 리더는 위기 상황에 봉착하게 되면 인적 쇄신을 고민하게 된다. 과감한 세대교체와 조직의 안정을 위한 점진적인 인사를 놓고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과감한 인적쇄신을 선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6일 중국 사업을 전담해온 설영홍 고문을 비상임 고문으로 발령하고, 50대 중반인 이병호 부사장을 중국사업총괄 사장으로 전격 승진시켰다.

설영홍 고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잘 알려진 그룹 내 최고의 중국 전문가이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급하락세에 빠진 중국 시장을 재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설 고문의 일선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은 부친의 최측근 인사를 퇴진시키고 세대교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중국 시장이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현대차의 중국 현지 판매 대수는 63만대, 기아차는 27만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현대차가 중국 현지에서 맹위를 떨치던 시기는 이제 흘러간 과거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극심한 부진이 여러 가지 대내외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인적쇄신 카드로 시장 석권에 다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이다. 일단 중국 시장의 변화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친환경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즉 경제의 급성장에 따른 지독한 환경오염에 시달리는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이에 맞는 조직 재정비에 착수했고, 시장의 냉엄한 평가를 받겠다는 모험을 선택한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이번 인적쇄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장기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어 와병설까지 나도는 상황에서 내린 조치이기에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업은 급변하는 시장의 욕구에 앞서 나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기업들이 흥망성쇠를 겪으며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리더의 선택에 수백만명의 운명이 달려있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정 부회장이 적자생존의 시장 원리를 잘 알고 있기에 중국 시장 1세대 전격 퇴진이라는 세대교체라는 과감한 조치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이 원하면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다. 정치권도 인적 쇄신을 통해 정권 창출에 성공하기고 실패하기도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5대 총선에서 이재오, 김문수 등 좌파 노동계 인사를 비롯해 자신과 정치적 의견이 정반대인 인사들까지 영입해 보수 여권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서울에서 승리를 거두는 동물적인 정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진박 논쟁’을 일으키며 민심과 동떨어진 무원칙적인 공천을 일삼아 더불어민주당과 舊국민의당의 야권 분열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원내 제2당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舊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대선 패배와 6·13 지방선거 참패라는 보수 정치권의 궤멸로 귀결됐다.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한 현재도 극심한 내홍을 겪으며 적전분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민심은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원하고 있다.

정치권의 시장은 민심이다. 민심은 구태를 벗어나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정치 지도자를 원하는데 아직도 아날로그 정치를 펼치던 보수 정치권에 처절하고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민심이 원하는 인물을 발굴하지 못하면 민심도 한국당을 원치 않을 것이다. 한국당은 인적쇄신의 기준은 계파의 이익이 아닌 민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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