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서 '적정의견' 받고도 처벌받은 기업 많아"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21일 <일간 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판정'과 관련, 전날 삼성측이 제시한 반박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 사진=손혁 교수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21일 <일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판정'과 관련, 전날 삼성측이 제시한 반박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다음은 손혁 교수와의 일문일답.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회계처리는 삼정·삼일·안진 등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판단을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적정 판단을 받은 사안이라면 신뢰성이 있지 않은가.

"이른바 'Big(빅)4'로 불리는 국내 대표 회계법인들의 적정의견을 받고도 분식회계로 처벌을 받은 기업들이 많다. 대우, SK글로벌, STX,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끝이 없다. 또한 삼성바이오의 직접 감사인을 제외하고는 해당 회계처리에 대한 의견은 외부감사인으로서 감사의견이 아니고 회사의 질의에 대한 의견이므로 '적정'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 또한 "2016년 상장시 증선위의 한국공인회계사 위탁 감리, 같은 해 금융감독원에 재무제표가 포함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을 때, 역시 같은 해 말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질의에 금감원이 참여한 IFRS(국제회계기준) 질의 회신 연석회의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며 세 번에 걸친 검증과정을 거치는 동안 '아무 문제점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해당 사항은 이번 증선위 감리위원으로 참여한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바이오에피스의 장부가액 3천억원을 지분법 회계처리와 공정가치(시장가치) 평가를 통해 4조8천억원으로 보고했다.

이런 회계처리를 수행하면 일반적으로 금감원에 '비조치의견서'를 구하는데 해당 절차를 수행하지 않았고 당시 감사인이 전화통화만 했다고 한다. 또한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는 비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서면조사이며 금감원의 '검사(inspection)'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규제당국의 감리업무 자체와 절차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그리고 "금감원이 1차 감리에서 2012~2014년 바이오에피스를 연결로 처리한 것은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았으며 2015년 말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계속 연결을 유지했어야 했다는 입장이었다"며 "재감리 시에는 이와 반대로 2012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입장을 변경했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이 정권이 바뀌면서 원칙 없이 입장을 변경한 것인가.

"금감원은 1차 감리시 2015년 삼성바이오가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해당 시점에 지배력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분법으로 회계 처리한 부분'이 과연 정당한 회계 변경인지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증선위가 바이오젠과의 이면계약을 확인해 2015년 이전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에 대해서도 조사를 다시 수행하라 하면서 2차 조사가 들어간 것이므로 규제당국의 원칙이 바뀌었다고 볼 수 없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21일 <일간 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판정'과 관련, 전날 삼성측이 제시한 반박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 사진=손혁 교수


- 삼성바이오는 이에 대해서 "바이오에피스 설립 시에는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해 연결로 처리했다"며 "바이오젠도 바이오에피스 설립시부터 지배력은 삼성바이오가 행사하고 있다고 매년 공시한 바 있다"고 주장한다.

"이 내용은 1차 감리때 삼성바이오의 주장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과의 이면계약에 따른 콜옵션 부채를 2015년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으며 해당 부채의 인식을 통해 자본잠식을 막을 여러 가지 대안을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자문 받았다.

그 중 선택한 것이 지분법 회계처리이다. 즉 바이오젠과의 이면계약에 대한 실질을 보고 한다기 보다는 자본잠식에 대한 회계처리의 대안을 어떻게 수행할지에 관심이 더 있었다. 이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이전부터 지배력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또한 "증선위는 바이오에피스의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에 대한 바이오젠의 '동의권'을 공동지배권으로 해석해 2012년부터 지분법 회계처리를 해야한다고 보지만 이는 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경영권이 아니라 합작사인 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젠의 경쟁제품을 출시·판매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요구한 '방어권'에 해당되므로 2012년 설립 당시에는 지분법 적용이 아닌 연결회계 처리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동의권과 방어권은 기업과 규제당국의 관점의 차이일수도 있으나 이미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에 대한 이면계약을 가지고 있었다. 해당 옵션의 실행여부와 신제품 추가 및 판권매각에 대한 권리는 바이오제품의 출시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을 예상한 전제가 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2012년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됐고 설립 첫해이므로 증선위도 이를 과실로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삼성바이오는 "유출된 내부 문건은 당사 내부에서 재무 관련 이슈사항을 공유하고 해결방안, 대안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로서 결정된 내용을 보고하는 문서가 아닌 검토 진행중인 내용을 보여주는 문건"이라며 높은 신빙성을 부여하는 것을 비판하는데.

"이번 사태의 경우 해당 문건이 공개되지 않았으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대한 숨겨진 '의도(intention)'가 드러나지 않아 '고의'로 결정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증선위는 물론 삼성바이오 측에서도 해당 문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증선위 결정 전에 해당 문건에 대해 한마디의 대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또한 "내부 문건에 들어있는 삼성바이오 가치 평가 중 8조는 당시 시장(애널리스트 레포트)에서 삼성물산의 바이오사업 가치를 추정한 것일 뿐 회사가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다"며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회계처리를 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삼성바이오의 전체가치를 6조8천억원(삼성바이오 100% + 바이오에피스 50%)로 평가했고 삼성물산 보유 지분 51%의 가치를 3조5천억원(2015년 8월 말) 평가했다"며 회계법인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 부분은 수사에 의해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하지만 반대로 삼성바이오가 자사의 입장에 대한 결론을 회계법인에게 제시하고 회계법인에게 '맞춤형 자문용역'을 수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회계법인은 감사인 선임 및 컨설팅 수수료에 대해 기업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외부감사인과 소통하며 감사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이지 않으므로 외부감사인은 결국 회사 경영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이 불가능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에 대해 "2015년 11월 코스피 상장규정에 따르면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시가총액 6천억원 이상, 자기자본 2천억원 이상인 경우 상장 가능했다"며 "2016년 11월 코스피 상장 당시 지분법 전환과 무관하게 이미 상장요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반박한다.

"한국거래소가 2015년 11월 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한 내용이 바로 '시가총액 6천억원 이상, 자기자본 2천억원 이상'이다. 이른바 '대형성장 유망기업' 요건이다. 이 조항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상장은 불가능했다. 이런 특혜를 거래소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고 혹시라도 국민연금 합병 찬성에 대한 사후적 정당화를 위한 것인지 검찰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

- 아울러 "원래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뒀었는데 당시 정부가 코스피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대형성장 유망기업'이라는 요건을 제시해 코스피 상장으로 선회한 것이지 정부 조치가 없었다면 미국 나스닥으로 갈 수도 있었다"며 "현재 자사의 시가총액(22조원)은 당시 공정가치 평가액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하는데.

"해당 내용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과 같다. 삼성바이오가 상장이 됐으므로 시총이 22조원 정도 된 것이지 상장이 안됐다면 해당 시총이 나타날 수 있겠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또한 나스닥 상장 요건이 더 쉬웠더라면 기업입장에서 자본조달 및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나스닥에 상장했을텐데 국내 상장으로 바꾼 이유를 사법당국에서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바이오는 "이번 사안과 자주 비교되는 미국 엔론 또는 대우조선해양은 매출을 가공 계상하거나 원가 및 비용을 축소해 이익을 부풀린 데 따라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며 "삼성바이오는 보수적이고 투명하게 회계 처리했고 본질적인 기업가치 변화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으므로 두 회사의 분식회계와는 전혀 다르다"면서 "2015년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은 IFRS 회계기준상 타당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진정으로 보수주의를 선택했다면 지배력 상실과 상관없이 그 당시 회계처리인 장부가액으로 했어야 했다. 자회사가 바이오에피스 하나밖에 없었던 삼성바이오가 지분법으로 처리하더라도 장부가액으로 반영했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가치 평가를 수행하면서 불확실성이 개재된 정보를 추가 반영해서 자산을 4조8천억원으로 부풀렸다.

국제회계기준은 원칙중심의 회계처리로 기업의 실질을 보고할 수 있는 경영자의 재량을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합의로 용인될 수준의 재량권이 적용돼야지 경영자가 의도를 가지고 남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도 국제회계기준에서 판단이 모호한 진행률 산정과 실질지배력의 판단에 대해 재량권을 남용했다."

-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회사 또는 회계업계의 회계 관행에 주는 교훈은.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 적용이 우리나라 법과 규제와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기업이 의도를 갖지 않고 올바르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한다면 뭐가 문제이겠는가. 재량권을 남용한 기업과 조력자였던 외부감사인, 이를 묵인한 내부 감시기구 및 이해관계자들이 한뜻으로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통렬한 반성 위에 슬기로운 해결책이 나온다면 앞으로의 우리나라 회계, 더 나아가 경제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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