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안돼도… 재치 만점 '참치 바라기'

▲ '푸디'는 동원F&B가 운영하는 식품 전문 쇼핑몰 '동원몰'이 지난해 5월 론칭한 AI 챗봇이다. 사진=동원F&B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기업들이 '챗봇(chatbot)' 도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챗봇은 사용자와 AI(인공지능)가 일상 언어로 채팅을 주고받는 메신저로 유통과 금융, 보험,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스마트폰만 손에 있다면 24시간 상담이 가능해 상담원의 노동은 물론 사용자의 지적 노동까지 줄여준다.

챗봇은 언어(텍스트)와 음성, 이미지를 통해 사용자와 '대화'한다. 사용자가 언어와 음성으로 질문하면 챗봇 역시 언어와 음성으로 답한다. 이미지 서비스는 사용자가 첨부한 사진의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챗봇의 기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딥러닝, 자연어 처리 등을 통해 이뤄진다.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고객 정보가 모여 빅데이터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학습한다.

챗봇은 크게 '지능형'과 '시나리오형'으로 나뉘는데, 챗봇 도입 초기에는 정해놓은 단어에 따라 정해진 답을 내놓는 시나리오형 챗봇이 주를 이뤘다. 현재는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제품을 추천해주는 지능형 챗봇이 등장해 고객과의 쇼핑을 돕는다. <편집자 주>



■ 동원몰 AI 챗봇 '푸디'

'푸디(Foody)'는 동원F&B가 운영하는 식품 전문 쇼핑몰 '동원몰'이 지난해 5월 론칭한 AI 챗봇이다. '푸드(Food·식품)'와 '버디(Buddy·단짝)'의 합성어로, 식품 전문 챗봇을 의미한다.

동원F&B에 따르면 푸디는 세계 최고의 AI 가운데 하나인 'IBM 왓슨'을 기반으로 만들어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최적의 답변을 제공한다. 동원몰 고객은 홈페이지 내의 푸디에게 결제와 배송, 교환 등 각종 주문 관련 사항과 적립금, 쿠폰 등 다양한 회원 서비스에 대해 문의할 수 있다. 또 고객의 구매 성향을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과 연관 레시피를 추천받는 등 식품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챗봇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App)에서만 구동이 가능한 것과 달리 푸디는 앱은 물론 웹(Wep) 페이지 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PC로 쇼핑하면서 스마트폰을 따로 볼 필요 없이 바로 챗봇 사용이 가능하다.

푸디에게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식품인 라면과 커피, 닭 가슴살 등을 검색하면 "죄송하지만 아직 서비스 제공이 어렵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참치를 입력하면 참치 검색 결과페이지로 이동하는 버튼을 띄운다. 캡쳐=임현지 기자



■ 푸디…'참치' 밖에 모르는 바보

동원몰은 식품 전문 쇼핑몰이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식품을 비롯해 생활용품과 대형 가전제품, 도서까지 '있을 것 다 있는' 종합 쇼핑몰이다. 특히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타 쇼핑몰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그러나 푸디는 동원F&B의 주력상품인 '동원참치' 밖에 모르는 챗봇이었다. 푸디와의 채팅창에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식품인 라면과 커피, 우유, 닭 가슴살 등을 검색하면 "상품 추천 또는 검색을 원하시나요? 죄송하지만 아직 서비스 제공이 어렵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참치를 검색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참치 찾으세요? 아래 버튼을 누르시면 참치 검색 결과페이지로 이동합니다"라고 응답하며 버튼을 띄운다.


주문한 상품이 없는 상태에서 '배송 확인'을 입력하면 "최근 일주일 간 주문하신 내역이 없어요. 혹시 집에 참치 떨어지신 건 아닌가요?"라며 '참치 상품 보러가기' 버튼을 띄운다. 재치 있다고 느껴지는 한편 주력상품만 내세우는 서비스에 아쉬움도 남았다.

결제와 배송, 교환 등 각종 주문 관련 사항과 적립금과 쿠폰, 맞춤형 상품, 연관 레시피 등 푸디에게서 받을 수 있다는 서비스는 안내, 소개 수준에 불과했다. 캡쳐=임현지 기자



■ 아직은 '안내원' 수준

결제와 배송, 교환 등 각종 주문 관련 사항과 적립금과 쿠폰, 맞춤형 상품, 연관 레시피 등 푸디에게서 받을 수 있다는 서비스는 안내, 소개 수준에 불과했다.

제품 구매 후 '교환하고 싶어요'라고 입력하자 교환 기준을 설명할 뿐 챗봇이 이를 돕진 못했다. '배송 문의'를 입력해도 구매 상품의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버튼을 띄울 뿐이었다. 적립금 확인과 쿠폰의 경우도 서비스를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제품 추천 역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참치와 김치, 만두 등 일부 상품의 경우는 관련 상품 결과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라면과 커피 등은 소비자가 즐겨 찾는 식품임에도 추천이 어렵다는 답변이 나왔다.

레시피 추천 서비스도 마찬가지. 푸디에게 '레시피 추천'을 입력하면 동원몰 고객이 자신만의 요리 방법을 올리고, 요리에 사용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셰프 레시피' 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

동원F&B 관계자는 "현재는 개발 담당자들과 함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단계"라며 "내년 사업계획에 챗봇 개발을 포함시킨 만큼 더욱 고도화된 푸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디는 AI 챗봇의 기능을 부족하지만 연결돼 있는 동원몰 자체는 소비자를 향한 섬세한 배려와 센스가 느껴졌다. 캡쳐=임현지 기자



■ 대화되는 '시나리오형' 챗봇

푸디는 AI 기반 챗봇이라고 하기엔 단순히 프로그래밍 돼 있는 '채팅형 안내' 서비스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대화가 된다'고 느껴진 부분은 동원F&B가 소비자를 대하는 섬세한 배려와 센스에 있다.

동원몰 홈페이지에 소개된 푸디는 과장된 소개가 없다. 실제로 푸디가 서비스할 수 있는 만큼을 소개했으며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키워드로 대화하는 것이 빠른지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푸디와의 대화에서도 재치 있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앞서 참치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소개했지만 '혹시 집에 참치 떨어지신 건 아닌가요'라는 멘트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김치'를 검색했을 때도 '아삭아삭~ 맛있는 김치 찾으세요?' 등 친근하고 귀여운 문구를 사용한 점에 눈에 띄었다.

이는 챗봇보다는 동원몰이라는 쇼핑몰 자체의 호감도를 높이는 요소에 불과하다. 복잡하지 않은 홈페이지 환경과 회원들이 직접 올리는 '셰프 레시피' 등 고객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쇼핑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매출 성장과 푸드테크 시장에 한 발짝 나아가려는 의도로 AI를 출시한 것이라면 다소비 식품과의 연결, 상품 추천 서비스 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