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경의 ‘葬者乘生氣也’를 중심으로/곽박과 도가사상

◆곽박과 도가사상

풍수경전에서 '금낭경'은 거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저자가 확실하며 오랜 역사성과 함께 풍수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풍수지리를 뒷받침하는 풍수철학이나 사상뿐만 아니라 틀까지 언급하고 있으며, 형기론과 이기론 외에도 비보풍수도 언급하고 있어서 풍수를 공부하는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저자인 곽박(276-324)은 역사적 기록에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晉나라 사람으로, 호족출신은 아니었다. 그는 뛰어난 문학가이며, 저명한 훈고학자로 알려져 있다. 저서도 다양하고 다방면에서 활동을 한 사람으로 그의 기이한 행적도 많이 전한다. 그는 유가적 사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도가적·도교적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위·진시대(221-589)에 속하는데, 한나라가 망(220)하고 위·촉·오의 삼국시대(220-280)가 끝나면서 중국대륙을 재통일한 서진(265-316)이 대륙북쪽 지역의 호족胡族들에게 망한 후 동진의 후예가 양자강 이남에서 왕조를 이어간 동진(317-420)이 겹치는 시대이며 5호16국의 시대(316-439)로 접어드는 혼란했던 시기였다.

도가 또는 도교는 춘추전국시대에 동아시아지역에서 일어난 동양사상의 원류이다. 도가 philosopical taoism는 노자와 장자를 거쳐 도교 religious taoism로 발전한다. 도가와 도교는 극단으로 가면 서로 달라 보이지만, 그 연원은 동일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도가는 노자(BC570-BC479)의 '도덕경'이 효시로 본다. 공자가 노자에게 와서 예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다고 전하며, 공자는 노자를 용과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맹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장자(BC369-BC289)도 '장자'를 통하여 노자의 도가사상을 계승했다.

도가사상은 한나라의 왕족 유안(BC179-BC122)에 의해 '회남자'로 정리되어 나타난다. '회남자'는 노장적 도가를 중심으로 당시의 시대상의 흐름을 가미한 황로학을 집대성한 것이다.

'태평경'은 후한시대인 2C경에 완성된 방대한 도교경전이다. '태평경'은 '회남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학술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3-4세기에 걸쳐 곽박과 동시대를 살아간 갈홍의 '抱朴子'가 있다.

도가계열의 곽박이 쓴 풍수서인 만큼 '금낭경'을 읽거나 번역할 경우에는 도가적·도교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함이 마땅하다. 특히 '금낭경'을 살펴보면, 후한시대 (AD25-220)에 저술된 것으로 알려진 '태평경의 문구를 차용한 것들이 자주 보인다. 문장을 인용했다는 것은 문장의 의미를 통째로 빌려왔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다른 도가의 서적들에서도 '금낭경'에 적힌 문장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문장들이 다수 발견되는 것은 사상적인 계통이 상통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이다. 그런 점에서 '금낭경'을 번역할 때에는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도교적인 관점에서 조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도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 이 책을 읽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태평경'의 기 개념

노자의 도道에서 도교의 사상적인 기틀인 기철학氣哲學이 발전해나간다.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天法道, 道法自然.)”

'회남자'에 따르면 도는 만물의 근원이므로, 도가 우주를 낳고, 우주는 원기를 생성하고 , 원기는 하늘과 땅· 음양을 만들고 음양에서 사계절이 생기고 사계절에서 만물이 나온다.

전한시대의 왕충의 기 철학에 의하면,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기氣가 뭉치는 것이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기氣가 흩어지는 것이다.”라고 하여 '태평경'의 사상적인 배경이 된다.

'노자하상공장구'의 해석을 보면 “사람은 코와 입으로써 천지의 기氣를 호흡한다.” 사람은 천지자연에 충만한 기氣를 향유하며 살아간다. 땅에서 생산된 곡기를 취하고 숨을 쉬며 살아간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숨을 쉬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다. 숨을 쉬는 것은 천지와 합일을 이루고자하는 것이다. 이는 천인합일의 근거이기도 하다.

'태평경'에서 기氣는 우주만물의 존재를 포함하여, 우주의 모든 유・무형 일체를 기氣라고 본다. 사물에는 성질이 있는데 그 성질에 따라 기氣가 있으며, 사물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신과 형의 관계 또한 기의 작용으로 설명한다.

만물의 근원으로써 원기가 있으니, 원기는 천지의 본성이다. “원기와 자연은 천지의 본성이다.(元氣自然 共爲天地之性)” 원기元氣는 혼돈의 상태이며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으로써 만물을 생성하고 사물의 성장과 소멸을 관장한다. 즉, 만물은 원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기는 도를 지킨다.”라고 하여 도의 법칙을 따르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도道란 자발성을 가진 대자연의 이법인 것이다.

“양이 다하여 선하게 되고 음이 다하여 악하게 된다. 양이 다하게 되면 선을 생겨나게 하고 음이 다하게 되면 사물을 살상한다. 이것이 음양의 극極이다.”

“하늘과 땅, 사람은 동일한 원기에서 나오며, 세 가지의 형체로 분리되지만, 각기 근원이 있다.” 하늘은 양기이며 태어남을 담당하고, 땅은 음기로 만물을 기른다. 인간은 음기와 양기 사이에 존재하는 중화의 기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다. 즉, 하늘과 땅을 부모로 하여 생겨난 것이 인간이다.

사람은 중화기中和氣로써 천지인을 통합할 수 있는 심령적心靈的 主體로써 능동성을 지니고 있다. '논어'「위령공편」에 “사람이 도를 넓히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人能弘道 非道弘人)”라고 한 것은 인간이 통합의 주체라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신神과 형形이 결합 한 것이 생명이며, 신神이 형과 분리되면 죽게 된다. 유형적으로 형形은 기氣이며, 무형적으로 신神・정도 기氣이다.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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