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선 정치권과 행정부가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이미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짜고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공장자동화를 핵심으로 한 '인더스터리 4.0' 전략으로 해외로 나갔던 자국기업 공장이 다시 독일로 돌아오면 제2의 산업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본도 미래투자회의라는 기구를 만들고 정부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등의 옛 영광에 도취해 3차 산업혁명에만 머물러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죽하면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이 21일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답답한 현실을 절절하게 호소했겠는가.

이날 정책기획위원회 등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직속 기구 및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장 위원장은 4차 산업 대비와 관련, 우리가 뛰고 있는 데 비해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날고 있는 형국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1년여 전 출범 때와 달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것을 우려하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장 위원장이 지적한 내용을 정부는 가볍게 흘려버리지 말아야 한다. 현실에서 부딪힌 벽들 때문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픈 지적인 것이다. 4차 산업 추진에 기득권 집단들이 반대해 추진이 어렵고 성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호소다. 사회 각계 이기주의에 기반한 규제개혁을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

아닌 게 아니라 4차 산업 등 신산업 발전을 위해 선진국을 뒤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우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를 목표에 두고 산업계에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법과 제도에 막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의료와 IT분야 강국이지만 '원격의료'나 '로봇진료' 등이 법·제도 미비로 아직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뿐만 아니라 드론 등도 규제 장벽에 막혀 기술 개발이나 사업화에서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산업융합을 통합 신산업 창출이다. 법·제도 패러다임 변화도 수반한다.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과거형 산업에서 기득권을 향유하는 이들이 변화를 읽고 대처하는 자세가 요청된다.

문재인 정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혁신성장을 추구하는 방법이 정부 주도여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규제혁신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한 규제 샌드박스도 신기술 평가를 정부가 먼저 한 뒤 규제를 면제해주는 식이기에 효과가 작다고 할 수 있다. 신산업에선 일단 허용하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규제하는 '사후 규제' 개념을 전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혁신성장 관련 정부 연구개발(R&D) 시스템도 개혁이 시급한 분야다. 한국은 R&D 투자를 많이 하는데 개발 결과물이 사업화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게 뒷받침한다. 한국의 정부 R&D 투자는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4.2%로 세계 2위다. 하지만 R&D 과제 사업화 성공률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사업의 경우 38.1%에 그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60~70%)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가. 21세기는 우리도 선두에서 이끄는 국가가 돼야 한다. 그 준비를 지금 정밀하게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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