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혼례를 치르는 신랑신부는 효자효녀들이고 애국자들예요" "나이가 찬 총각처녀들이 도대체 결혼할 생각들을 안 하니 원~."

결혼예식장에서 하객들끼리 나눈 대화다. 결혼하지 않은 미혼(未婚), 아니 않겠다는 비혼(非婚) 청년세대가 급증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우려하는 기성세대의 심정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간 존재의 근원을 돌아보자. 만물은 짝에서 파생됐다. 만물은 바로 커다란 두 개의 짝인 천지(天地), 곧 하늘과 땅이 낳은 생산물이다. '주역(周易)'의 출발선인 음양(陰陽)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자와 여자, 수컷과 암컷, 수술과 암술이 교합해 새 생명을 낳는 이치다. 짝의 성격은 대조적이다. 하늘은 강하고 동적이며 남성은 활발하다. 땅은 고요하나 만물을 뿜어내며 여성은 조용하지만 아이를 생산한다.

■미혼자에 결혼 포기 비혼자 증가

음양은 크게 대비되면서도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서로 얽히고설켜서 세상을 변화, 발전시키는 것이다. 역경 계사하(繫辭下)에 "천지의 음양이 크게 화합하여 만물이 순화하고, 남녀의 정기를 합하여 만물이 변화 생성한다(天地絪縕 萬物化醇 男女構精 萬物化生)."고 한 바는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주역의 발상은 음양 교합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을 나타내는 건괘(乾卦)와 땅을 의미하는 곤괘(坤卦)가 뜻하는 것은 바로 인간인 남자와 여자이다. 천지인 삼합(天地人 三合)이다. 곧 주역의 8괘 중 건괘는 강건한 아버지를, 곤괘는 유순한 어머니를 상징한다. 나머지 6괘는 아들 셋, 딸 셋을 나타낸다.

이처럼 인간이 때가 되면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려 자녀를 두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데 여러 여건 탓에 젊은 남녀의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선 몇 해 전부터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三抛) 세대', 삼포에다 취업 준비로 인한 인간관계 포기와 내 집 마련 포기를 보태 '오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청년의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20대∼30대 젊은이들은 치솟는 물가, 등록금, 취업난, 집 값 등 경제적,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돌볼 여유도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복지를 떠맡아 온 한국사회 가족의 부담이 임계점에 달해, 결국 전통적인 가족 형성의 공식이 와해되는 상태에 다다르게 됐음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불황이면서 동시에 한국이 수출 대기업 위주라 국내시장이 위축돼 있다는 상반된 상황이 맥락을 하고 있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낮은데다가 특유의 경제구조 탓에 임금은 굉장히 적은데 비해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일상화된 국가이므로 낮은 수입에 비해 생활비용이 많이 들게 돼 이러한 용어가 생겨났다고 본다.

■‘삼포세대’ 용어 없애는 정책 시급

사회적 배경 또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우리의 적지 않은 젊은이들은 경제적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 과도한 집값, 생활비용에 고통 받고 있다. 그뿐 아니다. 대기업만 중시하는 사회구조 때문에 최고의 스펙, 일류기업 입사가 아니면 실패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풍토에 압도당하며 연애를 일종의 사치로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배우자의 선택시 낭만 대신 상대방의 스펙을 꼼꼼히 따지는 비즈니스 적 결혼관의 보편화, 결혼 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상대적으로 그에 따른 조건을 갖추지 못한 많은 젊은이에게 결혼에 대한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설상가상 젊은이들은 결혼을 했다 하더라고 육아 비용에 대한 부담을 받게 된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으로 인한 저출산 추세, 워킹 맘에 대한 사회적 배려장치의 부재는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낮은 혼인율이 이 같은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청년실업에 뛰는 집값, 인구감소가 겹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혼인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혼인건수는 모두 26만4천500건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한 것으로 통계청 조사 결과 나타났다. 결혼은 지난 1996년에만 해도 43만 건이었지만 2003년 30만 건대로 떨어진 뒤 4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출산율도 세계 최저인 1.05명에 그치고 있다. 혼인절벽이 인구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나라의 미래가 암담하다, '삼포세대' 용어를 사라지게 하는 경제사회적 정책이 화급하다. '결혼은 축복, 출산은 애국'이라고 했는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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