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비엔나커피가 맛있기로 소문난 카페가 있었다. 한창 망원동이 망리단길로 뜨고 있던 시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줄을 서서 마신다는 얘기에 귀가 쫑긋해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 나갔다. 공간 자체가 워낙 협소하고 대기 의자에 사람이 꽉 차 몇몇은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참 의문인 것은 그런 장소에서까지 책과 노트북을 펴고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는 그룹이 두 테이블이나 있다는 것이다. 커피를 다 마셔 잔이 투명해진지 오래 지나 보였으나 그들은 기자가 음료를 마시고 자리를 뜰 때까지도 추가 주문 없이 카페에 머물러 열띤 토론을 이어 가고 있었다. "제발 스터디 카페로 가" 귓가에 속삭여주고 싶었다.

카페에는 유난히 진상 손님이 많다. 아이들이 뜨거운 음료가 오가는 카페를 놀이터처럼 뛰어다니고, 그 안에서 책을 펴고 공부를 하는 스터디족은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4인석을 차지하곤 5시간 넘게 머무른다. 어르신들은 늘 6인 이상 단체로 등장해 커피 두 잔을 시켜 나눠 마신 후 '리필'까지 요구한다. 홍대와 강남역 24시 카페에선 술에 취한 젊은이들이 늘어져 자고 있다. 전부 두 눈으로 목격한 일이다.

카페는 어느 순간 '음료'가 아닌 '공간'이 목적인 곳으로 변질됐다. 스터디족이 머물지 못하도록 불편한 좌석과 콘센트를 최소한으로 만든 프랜차이즈 카페가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키즈존', '중고등학생 출입 금지'를 내건 곳도 등장했다. 매출 때문에라도 고객을 가려 받기 어려울 텐데 '진상 고객'이 '진짜 고객'을 몰아내는 지경까지 이르자 점주들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카페 업계의 규제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환경을 위한 플라스틱 금지부터 시작해서 공연 저작권료까지. 규제들의 타당성도 분명하지만 카페를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개인의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며 다른 손님들의 눈살을 찌푸리도록 만드는 진상 고객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된다. 일례로 백화점 업계는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블랙컨슈머'들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을 각각 배포했다. 카페는 그보다 규모가 협소하고 직원 한두 명만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진상 고객이 등장해도 속수무책 당하기 일쑤다. 물론 욕설과 폭행을 시도하는 사례는 적다. 하지만 독창적으로 혐오를 조성하는 진상 고객에겐 당당히 'NO'를 외칠 수 있는 규칙이 카페 업계에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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