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은 당위성 못지않게 가능한 지 현실적인 여건을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에서 석탄화력과 원전이 작년 말 기준으로 39.3%, 30.7%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발생으로 노후 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마당에 원전까지 중단한다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경제력에서 뛰어난 원자력의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전원별 전력 생산단가는 ㎾h당 원전이 48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169원, 풍력 109원보다 월등히 싸다.

그런데도 정부는 2017년 기준 24기인 원전을 2031년 18기, 2038년 14기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로드맵은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기 위한 추진방안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 에너지 전환 목표는 맞지만 현실성이 결여돼 있기에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갤럽 여론조사 결과 원자력발전 이용을 찬성(69.5%)하는 국민이 반대(25.0%)하는 국민보다 세 배 가깝게 높게 나타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도입한지 2년 만에 최근 국민투표로 폐기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대만 국민 결정은 탈원전을 추진하는 과정이 대한민국과 비슷하고 에너지 수급과정이 닮은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원자력·화학 분야 전국 57개 대학교수 210명이 모여 세운 학술단체인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이하 에교협) 등 전문가들이 일제히 정부를 향해 "우리 정부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게 아닌가

한국원자력학회도 국민 의사를 물어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에너지 문제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행보를 같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조급한 탈원전 정책을 재고하길 바란다. 국내에서는 안전성과 경제성이 떨어져 없앤다고 하면서 외국엔 우리 원전을 사라고 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탈원전'이라는 이상론에만 치우치다보니 원전 선진국을 이끈 우리의 우수 인력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바로 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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