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지난 24일 기자는 서울시 은평구 자택에 있었다. 11시경, 갑자기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더니 무선인터넷이 잡히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거주하는 건물에만 인터넷 장애가 생긴 예전 경험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기사를 완성하고 1시간이 지나도 장애는 계속됐다. TV마저도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근처 커피전문점에 간 후에야 장애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충정로 부근에 있는 KT빌딩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서대문구, 용산구, 중구, 마포구와 기자가 살고 있는 은평구까지도 통신장애가 생겼다. 커피전문점에서는 고객들에게 KT화재로 인해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근처 편의점도 마찬가지였다. 카드결제는 물론이고 ATM은 장애가 발생했다. 편의점 택배도 보낼 수 없었다. 편의점 직원은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현금결제를 부탁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었고 카드만 가지고 있던 고객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이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됐다. 기자가 살고 있는 건물과 생활반경이 전부 KT회선을 쓰고 있어 화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느껴졌던 사고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한순간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채 피해를 받았고 119 응급신고를 제때 하지 못해 사망자도 발생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5G는 기존 통신보다 더욱 빠르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보한 통신환경 속에서 많은 것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속도다. 5G 만큼이나 재난대응 속도도 점검했어야 했다. 5G를 체감할 고객과 사고에 영향을 받는 고객 중 어느 쪽이 여파가 클까.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TF'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고(KT화재)를 계기로 기존 통신재난대응체계를 급변하는 통신환경에 걸맞은 체계로 혁신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관건은 속도조절이다. 성급한 혁신보다 원인에 대한 철저하고 체계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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