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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칼럼] 노래와 가사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일간투데이
  • 승인 2018.11.29 17:18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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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장년층 남성들 중에는 뒤늦게 악기를 하나 다루려고 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여유 있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또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었던 악기를 배우고자 함이다. 많은 이들이 색소폰을 선택하고 있는데, 필자는 대학시절 약간 쳤던 기타에 집중하기로 했다. 막상 시도를 해보니 손놀림도 어눌하고 눈도 예전 같지 않아, 쉽지 않다. 주 2회 강습인데, 빠지기를 밥 먹듯 하고 예복습이 부족하니, 2~3년 정도했지만 실력은 제자리다. 주변에서 왜 기타를 치려하느냐고 물을 때 정년 후 미사리에서 알바라도 하려고 한다는 말로 더 이상의 질문을 차단하고 있다. 요즘 기타를 배우면서 새롭게 느끼는 것은 음정보다 가사의 오묘함이다. 나이 탓만은 아닌데,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 가사는 압권이다.

■ 작사가는 최고의 심리학자

작사가는 족집게 도사 같다. 남녀 간의 사랑을 참으로 정확하게 묘사한다. 특히 못다 한 사랑, 혼자 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묘사가 놀랍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했는데, 숨기기 어렵고 없앨 수도 없는 사랑의 설렘과 그리움을 정확히 끄집어낸다.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를 들어보면, 여성의 애틋한 사랑과 애절함이 깊이 묻어난다. 필자는 조영남의 ‘사랑 없인 난 못 살아요’를 좋아하는데, 아내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참 좋다고 하는 것을 보니, 삶 속에서 사랑의 중요성을 조용히 느끼게 해주는데 공감하는 것 같다. 노사연의 ‘바램’도 좋아한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가사 때문인데, 내가 늙긴 늙었나 보다. 이별은 사랑과 동전의 양면이다. 이별의 모습과 이를 대하는 태도는 각자의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데, 이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이별의 모습, 이별했지만 이별하지 못한 마음까지도, 정확히 묘사한다. 패티 김의 ‘이별’이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은 불후의 명곡이다. 김목경의 ‘부르지마’ 역시 이별했지만 이별하지 못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족집게 도사가 따로 없다.

작사가는 최고의 심리학자다. 모든 노래는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다. 신, 인생, 연인, 부모, 자식, 친구 등 사랑의 대상만 다를 뿐이다. 얼마 전 작고한 최희준의 ‘하숙생’은 인생을 노래한 최고의 걸작품 중 하나다. 삶의 허무를 말하고 있지만 삶에 대한 사랑이다. 중학생시절 호소력 있는 그의 창법을 흉내 내면서 마치 최희준이라도 된 양, 집에서 폼 잡고, 노래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오글거린다. 나훈아의 ‘홍시’는,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고이게 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든다. 혜은이의 ‘열정’은 가슴 터지는 목숨 건 사랑에 울고 있고, 노영심의 ‘그리움만 쌓이네’는 이별의 애절함을, 조경수의 ‘행복이란’도 연인에 대한 사랑의 호소가 애틋하다.

작사가는 시인이다. 노래는 느낀 것, 떠오른 것, 생각한 것들을 모두 음정과 가사로 말한다. 또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과거로 돌아가게 하며, 장소의 순간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는 덕수궁 돌담의 공간을 노래하지만, 돌담길에 얽힌 시간, 감정, 사랑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는 없었고 경험하지도 못했지만, 마치 한 것 그 이상의 감정을 만들어준다. 광화문 연가를 잘 부르는 법전 후배교수가 있는데,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덕수궁 돌담 길, 눈 내린 광화문과 눈 덮인 교회당, 오월의 꽃향기’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 예리한 통찰·섬세한 표현력에 경외

작사가는 마술사다. 음정과 박자에 걸맞게 단어를 배열한다. 구체적이면서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듣는 이로 하여금 머릿속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적당한 여백을 만들어준다. 또 연인 간 이별후의 모습도 잘 그린다. 자신의 연인이 자기의 친한 친구와 연인사이가 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됐을 때, 그 때의 감정은, 질투와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다.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그 무엇인데, 이를 정확히 표현해 주는 가사를 접하게 되면, 작사가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오며 밑줄 치지 않을 수 없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은 따라 부를 수도 없었지만 ‘사랑과 우정’의 배신으로 인한 질투와 분노를 잘 처리하고 있다. 마술사가 따로 없다.

작사가는 복원의 천재다. 노래의 가사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순간이나,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대신 발견해서 복원시켜 전달해준다. 노래 가사를 들으면, 그래 맞아 그런 거지하며 절로 머리를 끄덕이며, 감탄하며 마음으로 동의한다.

이렇듯 작사자는 예리한 분석력과 통찰력, 그리고 섬세한 표현력과 복원력을 모두 지니고 있다. 작사가에 대한 감탄과 경외도 잠깐 다시 잡은 기타는 역시 어렵다. 코드와 주법 모두 익숙해야 하고, 음악을 맛깔스럽게 만들려는 작곡가의 ‘비튼 악보’에 맞춰 노래까지 부르려니, 대충 무시하면서 가려고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나에겐 헌법이 가장 쉽다.

*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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