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꿈을 실어 나를 열차-. 남북한 열차가 지난달 30일부터 18일간 일정으로 북측 철로를 이동하며 경의·동해선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의선은 개성~신의주 구간, 동해선은 금강산~두만강 구간을 12월 17일까지 조사를 진행한다. 남북 공동조사단은 노후화된 북측 철로와 교량, 신호체계 등을 점검하는데 이동하게 될 총 거리는 2천600㎞에 이른다.

이번 일은 역사에 남을 쾌거다. 대한만국이 '섬'을 벗어나 한민족의 웅지를 펼치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이다. 반도 국가인 우리는 유일한 육로인 북쪽마저 휴전 상황으로 인해 통로가 막힌 상황이다. 섬나라보다 더할 정도로 대룩과 단절된 형국이다. 그러나 이젠 막혔던 육로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남측 전문가들 북측 철로 점검

평화 구현 촉매제로서 철도 연결이 큰 가치를 지니기에 실현되길 바라는 바 크다. 상상해보자. 1936년 손기정 선수가 일본에서 부산까지 배편으로 도착해 경부선을 타고 서울역, 서울역에서 중국대륙종단철도(TCR)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을 이용해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던 그 길을 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베이징, 몽골, 모스크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라인강 하구까지 사람과 물자를 나르는 그 모습을 그려보자. '신세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한반도 종단철도(TKR) 운행은 중국 및 러시아, 중앙아시아대륙 등 아시안 하이웨이 1·6호선과도 맞닿을 수 있다. TKR은 한민족 번영의 상징어인 것이다.

이점이 많다. 우리 기업들은 철도와 통신, 전력을 비롯한 자원개발은 물론 북쪽의 관광사업에도 투자길이 열릴 수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로 따지면 140조 2천127억원 규모로 예상된다고 한다. 여기에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줄여 남북한 국민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도 좁힐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복잡한 출국 수속을 거치지 않아도 기차표를 끊어 중국을 여행하고 중국에서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는 효율적인 여행을 즐길 날이 올 수도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을 본뜬 아시아 공동체 구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확대해석이라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초창기 EU 역시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시작됐고 16년이 흐른 1967년에야 완성체로 발전했다. 미래에는 남북 교류를 넘어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하고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현실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국과의 교류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EU는 유럽 지역에 공동체를 형성해 소속국가들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중국,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적 집단을 형성하게 되고 노동시장 교류와 화폐 등 경제적 합의점에 이른다면 새로운 아시아 공동체의 탄생도 꿈은 아니다.

■비핵화 진전돼 착공식 등 기대

과제가 작지 않다. 이번 철도 남북 공동조사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한 미국 측 지지와 유엔의 대북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아 이번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북의 비핵화 조치가 더디면 착공식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과거처럼 핵을 포기하는 거짓 공세로 일관한다면 남북과 북·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는 결코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대북 군사옵션 카드를 다시 꺼내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북한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시작이 반이다. 몇 번의 만남으로 평화가 오지는 않는다. 핵 없는 평화공존의 한반도 시대를 향한 매우 중요한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남북한의 협력도 긴요하다. 상호 교류를 통해 민주적 평화통일에 이르기 위해선 이택상주(麗澤相注), 곧 두 개의 연못이 맞닿아 서로 물을 대는 형국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참된 벗은 함께 성장하는 법이다. 남북한이 서로 물을 대주는 자세가 요청된다.

한 번 더 상상해보자. 개마고원을 넘어 신의주와 백두산 등 한반도 북단까지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 여행을! 참으로 꿈에 그리던 멋진 광경 아니던가. 한반도의 밝은 미래가 펼쳐져 정치 경제적 발전과 통일 한국의 위업까지 단숨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저력이 속히 꽃필 그 날을 그려본다.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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