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행정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검찰이 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이어서 참담한 심정이다.

이와 함께 양승태 사법부 시절 강제징용 재판 관여 의혹을 받고 있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이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도 '김앤장' 단어가 4차례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일본과의 관계를 우려해 재판개입에 나선 박근혜 정부 요청에 양승태 사법부는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일본 기업 측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도 여기에 발맞췄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은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지시·감독으로 이뤄진 범죄행위임을 전제, 이미 구속된 임 전 차장이 박·고 전 대법관 몰래 사적 이익을 위해 범행한 게 아니고, 두 전직 행정처장이 임 전 차장의 직속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권한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재판 독립이나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헌법가치이기에 사법농단은 명백히 규명돼야 한다. 사법농단은 법의 권위와 사법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깨트림으로써 '공정한 법규범 하에서의 자율적인 삶과 경쟁'을 통해 번영을 꾀하는 자유주의의 근본이념에 치명상을 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법농단은 판사와 법원의 권위는 물론 입헌민주주의 법질서의 정당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함으로써 우리사회를 폭력과 야만의 시대로 후퇴시킬 수 있다. 따라서 법관대표회의가 주장하는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사법부 내 자정(自淨) 의지가 없다면, 국회에서 사법농단 관련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통해서라도 사법부 독립과 헌법가치를 수호해야 한다. 전직 대법관들과 김앤장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통해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기회로 삼길 촉구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