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꿈'을 먹고 사는 생명체다. 내일, 곧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여야 오늘의 고생도 기꺼이 감내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나는 법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겐 사회와 국가가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게 선진사회의 척도인 것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21세기 초엽 적잖은 서민들에게 대한민국은 '잿빛 미래'다. 희망 상실의 사회라는 조사보고가 있어 안타깝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행복과 행복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 5명 중 1명(20.2%)은 '현재 불행하며 과거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현재도 괜찮고 미래도 대략 괜찮다'는 응답은 56.7%에 그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위기에 내몰린 구성원을 보호해주는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s)이 부실해 삶의 기로에서 한 번 미끌어지면 수렁에 빠지고 만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과거, 지금도 불행하고 미래에도 삶이 불행할 것이라고 보는 '행복취약층'도 적지 않게 나타나 한국 사회의 자화상은 우울함 그 자체여서 충격적이다.

한국인이 느끼는 삶의 불안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사업 실패나 파산 등을 하면 웬만해선 회복할 수 없다'는 질문에 55.9%가 '동의한다'고 답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첫 직장에 들어갈 때 일류 회사에 못 들어가면 평생 꼬인다'는 응답도 35.7%로 나타났다. 성실히 노력해도 인생 반전의 기회가 거의 막혀 있다는 반증이다. 심지어 생활 여건과 상황이 아주 좋은 사람들도 자칫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은 건 한국사회의 불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팽배한 시스템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해소해야 하는 게 시급함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우리의 경제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를 기준으로 2017년 기준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데 삶의 질은 정반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비교 대상을 좁히면 34개국 중 32위,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875점으로 157개국 중 57위에 머문다. 행복감에 큰 영향을 주는 소득·소비 생활과 고용 상황 개선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힘써야겠다. 그래야 '흙수저'도 '금수저'로 갈 수 있는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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