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동일하게 표현한 가상모델
제조 이외 소매·교통·도시 등
핵심 미래기술로 적용분야 확대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사물과 똑같이 표현한 가상 모델을 뜻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생산성 개선은 물론 다양한 사회문제까지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제조 이외에 소매·교통·도시 등 적용 분야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트윈은 지난 2014년 제너럴 일렉트릭(GE)가 처음 만든 이후 최근까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사물 대신 소프트웨어로 가상화한 사물을 만들어 모의실험함으로써 실제 사물의 상태, 생산성, 동작 시나리오 등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을 말한다. 센서와 IoT(사물인터넷), AI, 3D 프린팅 등 관련 요소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전하며 디지털 트윈 시장도 급성장했다.
제조 현장에서는 디지털 트윈으로 설비 이상 징후를 사전 감지해 고장 전에 미리 정비하고, 생산 공정의 에너지 흐름을 분석해 낭비요인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항공·발전 분야에서는 연료 효율 1% 증가는 연간 6조∼8조원, 에너지 설비 가동 시간 1% 증가는 연간 5조∼7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디지털 트윈과 오픈 플랫폼을 모델을 접목해 교통·주택·환경 등 고질적 사회 문제를 저비용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의 지형·건물·도로 등을 디지털 공간에 재현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해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버추얼 싱가포르'를 운영하고 있다.
제조분야는 저성장 극복을 위해 자동차와 항공 등 조립제품 외에 철강·화학 등 기초소재까지 경쟁적으로 디지털 트윈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엔진 산업에서는 선두업체인 GE와 롤스로이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 기반 엔진 제조 서비스 모델을 사업화하고 있다.
대표적 굴뚝산업인 철강에서도 디지털 트윈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2016년부터 업계 선두 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용광로(Digital Furnace) 등이 경쟁적으로 추진돼왔다. 포스코 포항 제2 용광로에 AI를 접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팩토리 분야에서는 개인 맞춤 생산이라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방식의 변화 및 공장 간 이동이 쉬운 '모듈러 무빙(Modular and Moving) 팩토리'가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AI 연구소(DFKI)는 주문에 따라 실시간으로 설비를 대체하고 실시간 업무를 변경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적용된 팩토리를 추진해왔다. 팩토리에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접목되면 맞춤 공정 디자인, 신제품 시장 출시,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25%∼50%의 비용이 절감된다.
디지털 트윈으로 데이터의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하드웨어 제작업체가 주도했던 시장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생상공정의 결과로만 인식했으나 현재는 프로세스 개선 및 제품 판매를 위한 중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향후에는 데이터가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면서 전용 거래 시장에 유통되고 새로운 업계 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훈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트윈에 대한 시장 기대는 현재 정점에 도달했으며 향후 5∼10년 동안 기술보다 시장구조 및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실패 사례에 흔들리지 말고 시장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공기업에 집중하며 명확한 사업화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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