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주요한
춤추며 간다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웃니운다.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虎死留皮, 人死留名)" 시인은 죽어서 시만 남기면 좋을 텐데 공연히 오명을 남기고 떠나는 경우가 있다.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는 속담도 연쇄반응처럼 떠오른다. 어떻게 하다가 이토록 아름다운 시를 쓰고 읊던, '산골짜기 샘물'이 오탁의 세상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었을까.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거나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는 시구는 뭔가 정신적 승리를 이루었을 때 종종 떠오르는 시의 구절이다. 말하자면 '샘물'은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자아도취의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극기를 통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내고, 그 지극한 기쁨을 그렇게 '웃으며' 가는 것이라고 느꼈다. 황송문 시인이 언젠가 '자쾌(自快)'라는 단어를 얘기하신 적이 있는데, 성자나 선승이 아닌 보통사람으로서 신락이나 법열에 해당할 만한 경지가 그것이라고 했다. 필자가 요즘 그럴 일이 있어서 이 시구가 계속 입가에 맴돌았었다. 목요시선에 꼭 이 시를 올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주요한 시인의 생애를 살펴보다가 그만, 시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앞의 속담 두 가지만 흥얼흥얼 떠올려지는 것이다. 어쩌다가…. 하긴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흐르던 샘물도 세월과 함께 오욕의 강물로, 다시 생명의 바다로 순환하는 것이 대자연의 이치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인은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맑은 '샘물'이기를 바라는 게 시를 사랑하는 독자의 마음이 아닐까. '웃니운다'는 그 '웃음'이 참 아프게 울리운다.
■주요한(朱耀翰, 호 頌兒)
△1900년 평양 기림리 출생, 1979년 영면.
△1916년 일본'문예잡지'에 '5月雨의 朝' 가작 당선으로 일문시 발표.
△1919년 '학우'창간호에 '니애기' 등 5편, '창조'에 '불노리' 등 4편 발표로 본격적인 시작 활동.
△3·1운동 후 대한민국 임시 정부 합류, 이광수와 함께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의 기자로 활동, 동아일보 취재기자 ·편집국장 · 논설위원, 조선일보 편집국장 · 논설위원 · 전무 등 역임.
△안창호, 이광수와 교류, 흥사단, 수양동우회 가입,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체포되어 이광수, 전영택 등과 함께 전향. 조선문인보국회, 조선언론보국회 등 가담해 적극적으로 대일협력활동.
△메이지학원 중학부 졸업, 도쿄제일고등학교, 상하이 후장대학 졸업
△제5회 조선예술상 문학상,
△시집 :'아름다운 새벽' '삼인작 시가집' '봉사꽃'
강혜희 기자
khh9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