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석이 청와대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강할수록, 민심도 청와대를 떠날 수 있다”

▲ 윤명철 산업2부장 사진제공=일간투데이

[일간투데이 윤명철 기자] 인조는 서인에 의해 옹립된 군주였다. 서인은 자신들의 친명배금 정책과 정반대인 중립외교를 표방한 광해군을 폭군으로 몰아 인조반정을 일으켜 내쫓고 인조를 허수아비 왕으로 내세웠다.

정통성이 없던 인조는 서인 정권에 좌지우지돼 급변하는 명·청 교체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의 치욕을 자초한 무능한 군주였다. 허수아비 왕을 모시는 내시들도 인조를 우습게 본 것은 당연지사다.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의 치욕을 당한 인조가 군주같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인조실록> 인조 18년 6월 13일 기사에 따르면, 사헌부는 내시들이 권력의 힘을 믿고 전횡을 저지르는 것을 보다 못해 내수사의 옥(獄) 폐지를 건의했다.

사헌부는 인조에게 “구언은 하면서 채용하려는 성심이 없고, 사람을 쓰면서 공명하게 하려는 성심이 없으며, 상하 간에 서로 믿으려는 성심이 없고, 신하들은 일을 담당하려는 성심이 없는 이 네 가지는 현재 온갖 폐단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헌부가 어떠한 곳이던가. 군주의 잘못을 보면 그 즉시 지적을 통해 군주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견제하던 기관이다. 이들은 감찰 행정기구로서 감찰을 각사(各司)나 지방에 파견해 부정을 적발하고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사법권이 있다.

이들의 눈에 내시들의 전횡이 보였으니 당장 인조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강단을 보인 것이다.

사헌부는 “내수사에서 옥을 설치한 폐단은 그 유래가 오래이다. 지난번 원옥을 심리할 때에 균등하게 석방됐는지의 여부는 모르겠으나, 임금이 옥사를 결단하는 데에는 의금부도 있고 형부(刑部)도 있다”고 강조했다.

즉 왕실의 재정을 담당하는 내수사가 옥을 설치해 사법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을 묵과할 수는 없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이다. 내수사의 권한 강화로 의금부와 형부가 허수아비가 되는 꼴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그런데 전하께서는 어찌해 몸소 안옥(按獄)하시면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막중하고도 막대한 권한을 내시의 무리들에게 준단 말입니까”라고 질타했다.

이어 “서민들 중에 가슴을 치는 자가 없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원통함을 품으면 재변을 불러들이기에 족한 것인데 더구나 한 사람뿐만이 아니니... ”라고 인조의 잘못을 꼬집었다.

인조도 사헌부의 주청에 대해 “차자의 말은 지론이 아닌 것이 없다. 내 마땅히 두렵게 생각하며 스스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인조는 재위 기간 내내 외침(外侵)과 당쟁에 휩싸여 조선 후기 정치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군주라는 오명을 남겼다.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가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7개월 동안 청와대 직원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 초반부터 탁현민 행정관의 과거 발언 논란부터 음주운전, 폭행, 비위 의혹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교체라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한민국 최고 권부의 직원들이 이토록 기강이 해이해졌고, 범법자가 된 것은 충격 그 이상이다.

특히 현 정부는 구 시대의 적폐 청산을 국정 기조로 삼지 않았던가? 하지만 현재 청와대의 모습은 전 정권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의 사헌부 수장이다. 하지만 조국 수석의 민정수석실은 사헌부의 역할보다는 인조 당시 막강한 권력을 믿고 사법행정마저 장악하려는 내시들과 비슷한 역주행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국 수석이 청와대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강할수록, 민심이 청와대를 떠날 가능성도 커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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