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 제품에서 세균이 나왔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믿고 먹을 음식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통기한이 고작 반년 밖에 남지 않아 이미 먹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하다. 대성 청정원은 즉각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통조림 햄 전 제품의 생산·판매 잠정 중단, 환불을 진행했다.
그러나 세균 통조림 햄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류영진 식약처 처장이 10월 29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정숙 의원이 런천미트와 관련해 질의하자 "런천미트는 살모넬라라든지 병원성 출혈성 식중독균이 아닌 일반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것"이라고 답변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결국 대상 청정원은 국제 공인검사기관 등에 세균 발육 시험 결과를 의뢰했고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아 지난 1일부터 통조림 햄 전 제품의 생산·판매를 재개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세균 통조림 햄이라는 오명을 쓰고 환불 조치 등을 진행한 만큼 손해가 막대하다. 대상 청정원이 아닌 작은 기업에게 닥친 일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대상 청정원은 결과에 따라 검사기관인 충남도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청정원의 이 같은 발표가 있던 당일 오후, 식약처도 뒤늦게 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 현장점검 결과를 내놨다. 세균 검출로 제품 회수 조치를 받은 통조림 햄 제품 129건 조사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오염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검사기관을 조사했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식약처는 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구한 결과 "명확한 원인 규명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보관·유통 과정에서 미세한 틈이 생기는 등 포장 손상으로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원인규명도 책임도 모두 손 놓은 채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기대는 욕심이 아니라 국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이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바로 식약처다.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세균이 다른 사건으로 등장해 식약처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어설픈 매듭은 반드시 풀리기 때문이다.
임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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