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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끝나지 않은 삼성 분식회계 논란 ⑥] 한국 자본시장 '투기판' 만드나...삼바 '상장 유지'에 비난 쇄도"'대마불사' 재확인 된셈...구체적인 개선 조치 없이 거래소, 성급하게 적격 결론"
"회계·규제당국 신뢰 저하...건전한 투자통로 왜곡 우려"
  • 이욱신 기자
  • 승인 2018.12.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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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로직스 인천 송도 사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4조5천억의 대규모 분식회계 판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거래소로부터 상장 적격성 유지 결정을 받음에 따라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상장 조건 완화 특혜 의혹까지 있었던 거래소가 삼성바이오의 구체적인 개선 조치도 없이 성급하게 적격성 결론을 내렸다는 평가에서부터 자본시장이 건전한 투자 통로가 아니라 투기판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마불사'(大馬不死)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는 한편 이번 결정이 고의 분식 회계라는 삼성바이오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가 돼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는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고 삼성바이오의 거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기심위 관계자는 "기업계속성과 재무안정성, 경영투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경영투명성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다른 두 요소를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의 매출 및 수익성이 개선된 점, 지난 2016년 11월 코스피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한 점, 지난달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행사로 7천5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점이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주식은 매매 정지된 지 19거래일 만인 11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앞서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 연결법(장부가액)에서 관계회사 지분법(공정가치액)으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한 것은 고의 분식회계라고 결론내리고 주식 매매 정지 결정을 내렸었다.

하지만 이번 기심위 결정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간 투데이>와 통화에서 "(지난달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삼성측은 2015년 11월 18일 문건에 '바이오젠사가 콜옵션 행사를 연기함에 따라 물산(삼성물산)이 평가한 1.8조를 부채로 반영시 2015년말 로직스(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 예상', '자본잠식시 로직스는 기존 차입금 상환 및 신규차입 불가, 상장조건 미충족시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식으로 고의 분식의 정황이 담긴 내용이 있어서 상장 취소될 여지가 많았는데 기심위는 그런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보면 삼성은 '과거 회계 처리가 잘못됐다'는 금융위 결정을 따르지 않고 행정 소송으로 다투려 하고 있다"며 "'과거 회계 처리에 잘못 없다', '과거 회계 처리 방식·경영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의 회사를 상대로 경영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러 소액투자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대규모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 손해배상액이 몇 천억이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불투명한 재무 상태에서 거래를 재개하는 것이 과연 투자자 보호에 적합한 조치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전 교수는 "거래소는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 상장 과정에서 상장 요건 완화 특혜 시비까지 있었던 만큼 이 사건 처리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며 "단 한번의 기심위 심사로 끝난 이번 거래소 결정은 성급하고 대단히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즉각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 또한 "과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거래 정지 기간 동안에 고의 분식 사항을 정정하고 재공시해서 상장 적격성 결정이 이뤄졌다"며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결정에 따른 고의 분식 정정과 공시 등 위법 사항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 적격성 판단이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과거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삼성바이오와 비슷한 5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1년 3개월의 매매 정지를 당했는데 사안의 심각성이나 형평성 측면에서 비교된다"며 "소액주주들 피해를 고려했다지만 삼성바이오 지분의 75%를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이 갖고 있으므로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 재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기심위 심사가 있기도 전에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 위원장 겸임)이나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규제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상장 적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독립된 기구에 의한 결정이라는 규제 당국의 발표를 무색하게 했다"며 "이렇듯 소수 재벌 대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회계 부정이 만연한데다 규제 당국의 신뢰성까지 떨어지면 궁극적으로 해외에서 우리나라 자본 시장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져 자본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모든 국민들이 그 비용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평론가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은 "거래가 재개된 11일 삼성바이오 주가가 급등해 큰 거래차익을 거둔 것을 본 소액 투자자들은 앞으로 대기업이 고의 분식 회계를 하더라도 상장폐지가 안 될 것으로 인식해 향후 비슷한 행태를 반복할 것"이라며 "이는 거래소가 주식시장을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기판이 되도록 학습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지난달 14일 거래 정지 이래 거의 한달만인 이날 재개한 삼성바이오 주가는 장중 한 때 42만원까지 치솟으며 주가 상승폭이 20%대 초반으로 급등해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전날 종가 또는 장중 직전 단일가와 비교해 10% 이상 주가 변동이 생기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주가 변동폭을 완화하는 제도)가 적용되기도 했다. 이후 거래정지 직전 매입했던 소액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점차 상승폭을 낮추며 39만원4천원에 장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거래 정지가 나오기 5거래일 전인 지난달 8일부터 순매수세를 보였다. 5거래일간 1천439억5천700만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지난달 12일 삼성바이오가 장중 28만1천원까지 급락해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을 때 주식을 사고 이날 최고가인 42만원에 팔았다면 한 달 여만에 49.5%의 수익률을 얻게 된다.

정치권도 매섭게 질타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삼성바이오는 이번 금융당국의 상장 유지 결정으로 금융질서 교란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님은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여 철저한 자기반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향후 시장과 사회 요구에 부응해 경영의 투명성을 한층 강화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분식회계는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한 중대범죄로서 검찰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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