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자유한국당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실 지금처럼 문재인 정부로 대표되는 진보가 일방적으로 국정을 주도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우리나라 건국과 산업화를 이끈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가 살아나야 하는 것이다. 협력과 견제라는 이상적 협치(協治) 구현을 위해서도 야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여야는 수레의 두 바퀴요, 새의 두 날개, 배의 두 노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로 나경원 의원이 선출됨으로써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법조인 출신으로서 4선의 관록을 지녔기에 실타래처럼 얽힌 정국을 매끄럽게 풀어 갈 지혜를 지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당의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인적 쇄신을 놓고 계파 간 시각차가 현저한 것이다. 나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계 지원과 복당파에 대한 초·재선의 '거부감'을 바탕으로 한국당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한데 당장 현안에 직면해 있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오는 15일 발표할 인적 쇄신 명단을 놓고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인적쇄신이란 명분 아래 당협위원장 교체를 잘못하면 당 분열을 가져오고 대여(對與) 전투력을 현격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며 비대위의 인적 쇄신 자체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반면 조강특위는 당무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할 현역 의원 등을 추리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현역 의원 교체는 주로 친박 및 잔류파를 대상으로 최소 1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지지를 받은 나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비박 및 복당파와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대선 패배 후 외부인사를 영입해 비상대책위원회와 조강특위를 구성했지만 혁신은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합도 보수 지지층의 기대에 모자란다는 평가가 많다. 나 원내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비박계를 끌어안아 계파 갈등을 종식해야 한다. 그런데 친박계의 영향권 아래에서 움직인다면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표의 등가성에 기초한 연동형비례대표제 같은 선진민주주의 제도 도입 등에도 긍정적으로 임하길 당부한다. 언제까지 '기득권·수구·웰빙=자유한국당' 이미지를 갖고 갈 순 없는 노릇일 것이다. 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내어준 데다 궤멸 수준의 지방선거 참패 등 작금의 상황에는 친박의 책임이 크다. 나 원내대표는 이 같은 현실을 직시, 패권주의와 오만으로 망가지고 질려버린 합리적 온건보수층을 다시 불러오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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