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과 함께 끊임없이 성장하는 감독 되겠다"

인사동 찻집에서 만난 이남철 감독, 사진=홍성인 기자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영화 같은 드라마, 드라마 같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

인사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12일 '2018 한중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남철 감독을 만났다. 이남철 감독은 굿닥터, 돌아와요 아저씨 등 오랜 시간 드라마 연출을 맡아왔으나 우연한 기회로 영화에 매력을 느껴 단편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영화 '100년 후 아무도 없다' 시나리오

이남철 감독은 "'100년 후 아무도 없다'는 남북 핵 전쟁이 일어난 후 한반도에 사람이 거의 남지 않은 극한 상황을 그린 영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늘 위협받아야 하는 남북 분단 현실에 억눌려 있지만 애써 전쟁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해 안전 불감증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작년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이 있던 당시 북측이 미사일을 쏠지 말지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가 팽배하던 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국민들만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남철 감독은 '100년 후 아무도 없다'는 남북 간의 대립 그리고 미국과의 핵 전쟁을 보토로 탄생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진짜 핵 전쟁이 일어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어떻까? 그리고 소수의 사람만 살아 있는 극한 상황에서도 남북의 이념 대립으로 싸움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에서 시나리오가 시작됐다."

이남철 감독이 던진 질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물음이었다. 이남철 감독은 영화 '100년 후 아무도 없다'에 신념을 담아 사회적 질문에 대한 본인만의 답변을 전하고자 했다.

"미디어라는 것은 1백 년 1천 년이 가도 남아 있을 기록이다. 예술영화의 경우 사회에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집필하는데 더 신중을 기했다. 특히 현대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 관객을 만족시키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100년 후 아무도 없다'는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게도 많은 공부가 된 작품인 것 같다."

# '100년 후 아무도 없다' 배우들

이남철 감독은 영화 촬영 당시 스텝들과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지만 즐겁게 촬영에 임해준 것에 감사했다고 얘기했으며 특히 여자 주인공 오세영 배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3백 대 일 경쟁률로 여자 배우 오디션이 4차까지 치러졌다. 배우 김고은이나 김태리처럼 오세영 배우는 자연스러움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배우였기 때문에 매력적이었다."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배우 오디션 때 배우 진기주의 연기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 작은 배역을 맡기기에 너무 눈에 띄는 배우였기 때문에 결국 캐스팅하지 못했지만 크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번 '100년 후 아무도 없다'의 오세영 배우 역시 첫인상이 좋았다." 

이남철 감독은 오세영 배우를 더 큰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인사동 찻집에서 만난 이남철 감독, 사진=홍성인 기자


# '2018 한중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

이남철 감독은 '2018 한중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감독상은 말 그래도 감독의 연출력에 찬사를 보내는 상이다. 그는 이번 단편 영화 '100년 후 아무도 없다'의 연출에 있어 중시했던 두 가지 비결을 밝혔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테크닉적인 부분 특히 연기자들과 영화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상황과의 호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관객들이 봤을 때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드는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으면 안 된다."

"또한 극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지점이 있다. 감독은 관객들의 이해를 위해 그러한 갈등을 잘 짚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면을 통해 관객들이 배우와 영화에 감정이입을 할 여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영화 '100년 후 아무도 없다'에 여배우가 오르골을 돌리며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관객들이 영화의 흐름과 감정선을 그곳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이남철 감독은 배우들이 소리 지르고 오열하는 것보다 영화에서 극한 상황을 표현하는데 음악과 여유가 효과적임을 얘기했다. '100년 후 아무도 없다'에서 주인공들이 맞은 갈등의 상황들 중 오르골을 돌리며 여배우가 춤을 추는 장면이 관객들에게 어떤 전율을 느끼게 할지 기대감이 모아졌다.

# 드라마에서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

이남철 감독은 20년 가까이 드라마 연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또 가까운 시일 내에 드라마 제작에 들어갈 예정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단편 영화를 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조연출 때부터 드라마 분야에서 줄 곳 일했는데 지금은 주 52시간 근무제나 사전제작이 프로그램이 보편적으로 적용됐지만 그전까지는 눈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조연출을 하던 때쯤 우연한 기회로 예술영화 제작에 참여한 적 있다. 감독과 배우, 스텝이 서로 대화하고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영화 현장에 매력을 느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선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남철 감독은 드라마 같은 영화, 영화 같은 드라마를 제작해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더 풍부한 미디어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남철 감독은 유머를 사랑하는 감독이었다. '100년 후 아무도 없다'에서 전하지 못한 웃음과 감동을 앞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작품과 함께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감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그가 어떤 선물 같은 작품으로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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