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과 개헌이 정치권의 현안으로 대두됐다. 여야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내년 1월에 합의 처리하기로 15일 의견을 모은 것이다. 선거법이 통과되고 나면 개헌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을 내걸고 단식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아흐레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무엇보다 5천만 국민을 골고루 대변하는 표의 등가성(等價性)을 대폭 강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혹은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제가 대표적 방안으로 꼽힌다. 정당이 받은 표만큼 의석을 나누니 공정하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문희상 국회의장의 전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다른 생각은 없다. 똑같이 동의한다. 선거제도는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 방식이 원칙에 훨씬 더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주의나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넘어서서 대표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의 실현이다. 물론 1년 6개월 앞으로 남은 21대 총선에서 이 같은 안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내년 상반기 안에 개헌이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이 가능하다.

우리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정치체제, 소선거구제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이 일상화 됐다.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가 실종됐기에 정치 회복과 민생을 위해서도 개헌이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선거제도 개편만 합의하면 정치개혁을 제일 많이 한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거제도 개편을 전제로 한 개헌 당위성이다.

여기서 참고할 만한 자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이다. 선관위는 2015년 2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줄이라는 결정(2014년 10월)을 내린 것을 계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종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회에 제안했다. 현행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된 국회 의석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해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또한 개헌을 통해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권력구조와 관련돼 있고, 권력구조는 개헌 문제와 연결되기에 방향은 맞다. 차제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정수 증원과 개헌 문제를 함께 푸는 개헌특위를 가동하는 게 온당할 것이다.

국회 개헌특위에서 그동안 논의한 성과를 이어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과제는 시기와 권력구조, 선거구제, 지방분권 등 산적해 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국회 개헌특위가 차분하게 여론을 수렴하는 게 좋을 것이다.

특히 지방분권 개헌은 시대 흐름이다.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 국가의 기능회복과 혁신, 지역발전을 시급히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헌법은 중앙정부의 역할과 권한을 과도하게 규정해 중앙정부의 비대화를 가져온 반면 지방자치단체를 중앙정부의 하급 기관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제 개편과 개헌에 중지를 모아 한국 민주주의의 선진화를 기하는 일대 전환점으로 삼길 바란다.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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