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최대어 수주 실패 등 건설명가 자존심 구겨
발빠른 조직개편·정기 임원인사 단행…돌파구될까

▲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사진=일간투데이DB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올해 창립 45주년을 맞은 대우건설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시공능력평가순위 4위인 대우건설은 최근 수도권 정비사업 최대어 수주에 실패하는가 하면 재건축 비리 혐의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새 비전인 '빌드 투게더(Build Together)를 발표한 첫해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오는 2025년까지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5천억원의 목표를 달성해 세계 20위 건설사에 진입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이 순탄하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2일 성남 은행 주공 재건축 수주전에서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패배했다. 이날 열린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투표에서 107표 차이로 수주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이 단지는 2천여가구 규모로 재건축 후 3천400여가구의 대단지 랜드마크 아파트로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 수도권 재건축 사업 중 최대어로 꼽혔다.

대우건설은 남한산성 자락을 따라 송파∼위례∼은행주공아파트를 잇는 푸르지오 벨트를 세우겠다고 공헌하는 등 이 단지에 공을 들였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직접 시공자 사업설명회에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 화력을 지원했지만, 이 같은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대우건설은 지난 6월 서울 강남 대치동 쌍용 2차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41표 차이로 현대건설에 패배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이 재건축 수주에 사활을 걸었던 데는 부동산 시장이 내년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올해 3분기 주택 건축 수주는 4조8천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2% 줄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실수요자를 공략하는 분양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우건설은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 등 수주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돼 현대건설, 롯데건설과 이 회사들의 관계자들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특히 현재까지 밝혀진 건설사가 제공한 금품 액수로는 대우건설이 2억3천만원으로 가장 컸다. 현대건설 1억1천만원, 롯데 2억원 등이다. 이런 과정 끝에 대우는 신반포의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낼 수 있었다.

올해 국정감사 기간에는 산재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건설사라는 불명예 타이틀도 얻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산재 발생 1위 기업은 대우건설로 이 기간 사망 20명, 재해는 357명이나 발생했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2011년과 2014년에도 각각 건설사 중에서 건설 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 선정돼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다양한 악재를 품고 있는 대우건설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형건설사 중 발 빠르게 조직개편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대우건설은 기업가치제고본부를 신설하고 혁신 작업을 주도하는 기업가치제고실과 리스크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수주심의실을 만들어 중장기 핵심 전략업무를 추진하게 됐다.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는 추진력과 업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두루 발탁했다고 대우건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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