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악화되는 경영여건에 새해 설계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계는 내년 기업 환경이 악화될 것을 확실시 여기는 분위기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자동차·화학 등의 전망이 불확실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비용 증가, 정부의 기업활동 규제 완화 미미 등으로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연 채용계획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경영 성적이 잘 말해주고 있다. 올 들어 국내 1천대 상장사 가운데 영업손실을 본 기업 숫자가 크게 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1천대 상장사의 지난 1996년 이후 경영 실적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모두 150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88개)보다 무려 70.5%나 증가한 것으로, 하반기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만약 올해 전체 영업적자 기업이 155개 이상이 될 경우 1998년(187개)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셈이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 적자기업이 가장 많았던 해는 지난 2014년(154개)이었다.

설상가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행 2.00%~2.25%에서 2.25%~2.50%로 올랐다. 한·미 간 금리 격차는 다시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가계와 기업도 금융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소득주도성장의 정책전환을 시사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옳은 방향이다. 생산성 향상 없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상임금 확대 등은 기업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악재들이다.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수렴, 기업인들이 미래 비전을 갖고 매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 마련 등 여건 조성에 힘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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