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전반기 세종시절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과학기술, 문물제도 등의 발전은 인류문명사를 선도할 정도로 융성했었다. 훈민정음, 풍기대, 혼천의, 자격루, 병진자, 측우기, 해시계, 일성정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악학궤범,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농사직설, 칠정산내외편 등 수많은 발명품은 인류문명사에 길이 남을 산업, 문화, 예술, 바이오학, 의학분야의 금자탑이다. 집현전은 국가 정책과제개발 및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과제연구는 물론이고, 고전·인문학을 넘어 세종대왕 시대 과학기술 발전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한 두뇌집단이었다. 세종은 신하들과의 잦은 경연(토론)을 통하여 정책결정과정의 다양성·민주성·적법성·효율성을 구가하면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1983년 일본에서 편찬한 ‘과학사기술사사전’에 따르면, 1400~1450년까지의 세계문명사상 주요 업적으로 한국(Korea)이 29건, 중국(China)이 5건, 일본(Japan)이 0건이며, 동아시아 이외의 전 지역이 28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국인이 만든 사전이 아닌 일본인의 분석이기에 그 객관성은 명료하다. 세종은 우리 역사상 불후의 황금기를 구가하였다.
그로부터 3세기가 지난 18세기 영조·정조시절의 개혁정치로 우리나라는 300년 만에 다시 르네상스를 맞이 하였다. 영조는 갈등과 분열의 상징인 서원을 철폐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면서 붕당정치의 폐해를 탕평책으로 조정하면서 국민통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였다. 또한 군복무제도와 조세제도를 개혁하는 균역법을 실시하여 공평조세를 구현하고, 지나친 형벌의 금지, 신문고 부활 등을 통한 인권 신장에 힘썼으며, 속대전·동국문헌비고 등을 편찬하면서 문물을 정비하였다. 정조는 규장각을 설치하여 학문의 장려에 힘쓰며, 초계문신제를 실시하여 젊은 인재를 등용하여 개혁의 선봉에 세우고, 장용영을 설치하여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였다. 또한 금난전권을 폐지하여 자유로운 상업활동을 보장하였고, 서얼·노비의 차별을 완화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인권신장에 힘썼으며, 동문휘고·대전통편·탁지지 등을 편찬하여 문물을 정비하였다. 실학의 발달로 사회대개혁의 방향성과 방법론을 제시하는 등 산업발전, 인권신장, 문화·예술의 발전을 통한 국리민복의 도모와 사회대통합을 위한 대장정의 길을 열었다.
영·정조시대로부터 다시 300년이 지난 21세기 대한민국은 그 동안의 구절양장의 역사를 뒤로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초단기간에 달성하여 압축성장의 초유의 신화와 전설을 남기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 및 동북아지역의 안보불안과 국내적으로 탄핵정국을 지나면서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여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 각계층간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위기를 맞을 때 가장 중요한 처방은 무엇일까? 그 으뜸은 국론통합이다. 국익이라는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을 버려야 한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가 서 있어야 한다. 결국은 국민의 의식대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작은 조직에서 큰 집단에 이르기 까지 희생과 헌신이 전제가 된 공동체의식과 모두의 평안을 위해 스스로의 자유나 주의·주장을 양보할 줄 알며,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문화시민으로서의 성숙된 모습, 상호존중과 배려에 의한 화평한 분위기 조성을 선도하는 선한 마음가짐, 적법절차를 존중하는 준법의식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국가원로들이 나서야 한다.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울 국가 원로가 없다. 세대 간의 갈등에 파묻혀서 원로로서의 존재감이 전무한 상태이다. 김수환추기경 이후 상징성을 가진 원로가 없는 현상태는 국가적 불행이다. 정치적 변혁기에 모두로부터 존경받기가 쉬운 일은 아니나 그렇다고 나라에 어른이 없으면 그 공동체가 어찌 온존할 수 있겠는가? 파란만장한 역사의 질곡 속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청년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채워 준 김형석교수님 같은 분이 국가원로가 아닐까 싶다. 100년을 살아 온 그 경륜과 연륜, 그 경험과 치세술은 아직도 청년에게 귀감이 되리라 싶다.
둘째, 종교계가 세상을 선도하길 기대한다. 인간의 속세는 물론이고 내세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는 종교가 사회적 결집, 사회대통합을 위한 건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종교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형교회의 세습, 대형교회의 궁전화(?), 종교권력을 놓고 계파 간의 치졸한 지배권쟁탈전, 황금만능주의의 가렴주구형 성직자, 일반 시민보다 훨씨 더 추악하고 반인륜적 부정부패에 익숙한 성직자, 멀쩡한 가정을 파괴하고 전재산을 헌금형식으로 강탈하는 이단종교지도자, 성범죄의 행태가 중범자보다 더 추악한 종교인, 유흥가의 특급 고객인 그런 모습으로는 사회정화를 선도할 수 없다. 교계의 내부적 비리와 타락을 한시 바삐 정화하고 교계지도자들이 맑은 영혼으로 세상의 지도자로 나서서 시민에게 다가가 그의 고통과 고뇌를 함께 나누며 상처받은 영혼을 평안케 하고, 선한 삶을 영위하도록 기도하는 성직자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나서서 사회대타협과 통합을 선도하기를 희망한다.
셋째, 인성 최우선의 통섭적 교육이 절실하다. 모든 교육의 목표는 인격의 도야와 수양을 으뜸으로 하여 지혜롭고 자비로운 품성으로 세상에 향기를 뿜는 인간상을 드리워 내는 일이다. 지식만 있고 지혜가 없는 교육, 무한 경쟁에서의 쟁취만 있고 선의의 경쟁은 없는 교육은 세상의 암덩어리일 뿐이다. 무한경쟁의 교육은 지양하고, 모든 아이가 기본적 역량과 품성을 갖춘 전인격적 인간성을 가지고 각각의 재능을 계발하여 세상의 풍요를 위하여,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기꺼이 헌신과 봉사를 자임하며 희생을 감사히 하는 의로운 인재상을 세워나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섭적 교육이 절실하다 가정교육, 유아교육, 학교교육, 전문직업교육, 사회교육, 실버교육 등이 상호연게된 교육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고, 인품과 지식을 갖춘 자가 교단에 서는 풍토조성이 필요하다. 교단은 천직으로서의 가르침의 소임을 다하는 것에 감사하는 조직체이자 집합체이어야 한다. 교육권력·교단권력을 놓고 교육의 장에서 내부적 쟁투가 벌어지면 학생들은 희생양이 되고 교육은 헝크러져서 회생불능의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교육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계를 정화하고 개혁할 적임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교육의 진의를 잘 아는 교육감을 뽑고, 신나는 교단을 만들어 우수한 인재가 교직으로 몰리도록 매력덩어리의 교단을 만들어 나가는데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결국 차세대지도자 양성권도 교육현장에 있는 것이니 국가의 동량을 키우는 교육의 소중함을 공감하는 국민의식의 대개혁이 필요한 때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어려울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면 된다. 600년전 세종 르네상스를 기억하자! 300년전 영·정조시대의 국가대개혁을 통한 국론통합의 지혜를 되살리자! 국민대통합을 통해, 평화와 행복의 국가백년대계를 설계할 국민대화합의 절호의 기회가 왔다. 국가원로를 세우자. 종교계가 국태민안을 위한 호국의 선봉이 되도록 길을 트자! 교육을 통한 반듯한 차세대를 양성하자! 교육이 국력이다! 남북한을 아우를 민족대통합의 그릇을 빚자! 우리는 하나다! 세계도 하나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고 그 안에 차세대 청년이 있다. 300년 만에 다시 찾아 온 절호의 기회! 대한민국 르네상스의 영광의 문을 열자!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장/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대표>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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