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연말이 다가오자 국내 기업들의 정기 임원 인사가 시작됐다. 2019년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크게 '세대교체', '성과주의', '미래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사회를 선도할 젊은 임원들이 대거 투입되는 추세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늘어난 '여성 임원'의 비중. 미래 사업에 뛰어들 차세대 리더 역할에 능력을 인정받은 여성들이 당당히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신동빈 회장의 '뉴 롯데'호 선봉장을 추렸다. 긴 시간 자리를 비웠던 신 회장의 경영 복귀로 대거 인사이동이 예고됐던 만큼, 화학과 유통에 수장이 교체되는 등 변화의 폭이 컸다. 철저한 성과주의 속 이뤄진 임원 인사에 10명의 여성 임원을 배출하면서 '여성 리더를 육성하겠다'는 신 회장의 약속이 잘 지켜졌다는 평이다.

앞서 신세계와 CJ그룹도 각각 9명, 10명의 여성 임원을 발탁했으며, 금융계에서도 사상 최초 첫 여성 CEO가 등장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솟아나는 여성 파워에 단단했던 유리천장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듯한 기대감마저 들게 한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에 정부도 한뜻을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일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 평등 포용 사회 실현'을 주제로 민간 기업 대상 '여성 고위직 목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2019년도 업무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성 고위직 목표제란 기업마다 여성 고위직 비율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인텐시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대규모 공적자금의 투자기준 및 가족친화인증기업 심사 기준에 '고위관리직 여성 비율'을 추가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여성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것.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여성 임원수는 전체 임원의 3% 수준에 그쳤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인 21.8%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이에 여성 고위직 목표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한 제도다.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장려책이 요구된다.

다만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적임자를 놓쳐 역차별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세부적인 규정도 튼튼히 마련해야겠다. 성별 상관없이 자격이 갖춰진 사람이 임원이 되는 것이 가장 평등한 방법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새해가 다가왔다.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발굴된 여성 리더들의 공감능력과 감성지능이 4차산업혁명에 선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전략으로 쓰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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