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침체된 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 친노동조합 편향 정책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되 노사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의 수당과 시간은 포함하지 않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의 원안은 약정휴일도 모두 포함하는 것이었지만 하루 전에 절충안을 꺼내 들었다. 경영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에서다. 고용부 원안에 따르면 최저임금 기준시간은 243시간에 달한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 시간은 빼라'는 취지의 대법원의 판례는 기준시간이 174시간이다.

정부가 새롭게 기준으로 내놓은 209시간은 174~243시간에 속해 얼핏 보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 재계에서는 유급휴일시간이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면서 국내 최상위 대기업마저 최저임금 위반에 해당하는 상황이 닥쳐 모순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겉으로 보면 기업의 최저임금 부담이 줄어든 듯 하지만 실상은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근로를 하지 않았는데도 임금을 지급(주휴수당 등)하는 가상의 시간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이 20~40% 가량 낮게 평가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적용되면 기존 최저임금법 체계 하에선 최저임금을 준수하던 사업주들도 임금을 20~40% 올려주지 않을 경우 범법자가 된다.

문제는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피해가기 위해 시행령 개정이라는 편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행정지침을 통해 주·월급을 '소정근로시간에 유급처리 된 시간을 합산한 시간'으로 나눠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감독해 왔다. 이에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일관되게 유급처리 된 시간을 제외하고 '소정근로시간'만으로 나눠 위반 여부를 판단하라며 기업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정부가 이를 비켜가고 있다는 게 경제단체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무리한 산정방식을 무효화시킨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받아들이는 게 순리라는 점을 직시하길 바란다.

개정안대로라면 대기업에서조차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수당과 기본급을 조정할 여지는 있지만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강성 노조 반발로 쉽게 해결될 리도 만무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는 빨랐고, 그래서 몇몇 민감한 업종의 일자리에는 영향이 있었다고 평가한 만큼 기업의 어려운 입장을 충분히 감안하는 정책을 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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