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용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

차원용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은평구 사무실에서 일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차 소장은 "우리나라는 지속적이지 못한 정부의 정책과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기업 문화 탓에 미래 먹거리 기술 개발에 뒤쳐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4차산업혁명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 준비 상황은 경쟁국보다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주요국들은 신성장동력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별 4차산업혁명 준비 상황 순위에서 25위에 머물렀다.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위 인점을 견줘보면 경제 규모보다 미래 대응이 뒤처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위기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4차산업혁명 기술 수준은 중국보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우주기술, 3D프린팅, 드론 등 5개 분야에서 열위에 놓여 있다. 5년 후 중국이 한국보다 열위에 놓여 있는 바이오와 사물인터넷(IoT), 로봇, 증강현실(AR),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술 수준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하게 될 전망이다. 이마저도 경합으로 꼽히는 첨단소재와 컴퓨팅기술도 중국에 우위를 내줄 것으로 예측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19일 일간투데이는 차원용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58)을 만나 앞으로 대한민국 4차산업혁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차 소장은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은 경쟁국들을 따라가기엔 이미 늦었다고 본다"며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지속성이 없었고 기업은 단기 실적에만 집중하느라 자율주행차와 드론, 로봇 등 신기술 개발에는 뒷전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쟁국들이 개발하지 않는 분야, 즉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충분히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차 소장은 "라이다 센서와 카메라 센서 등을 모두 융합한 '센서 융합 시스템'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의 강점인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은 선진국에 뒤집니다. 후발대로 뛰어들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하기보다 우리의 강점을 파악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그가 지난 2014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쓴 '상상, 현실이 되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굳이 뉴턴처럼 놀랍고 획기적인 연구일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에 대한 상상, 그 상상의 실현, 이것이면 된다. 2005년 창업한 유튜브는 그다음 해 구글에 1조6천500억원(당시 환율)에 팔렸다. 아이디어가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조 단위의 돈을 벌게 해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이 가진 힘이다. 뉴턴처럼 상상하라. 그리고 상상을 구체화시키고 상상으로 돈을 버는 데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을 충분히 활용해라."

일자리 우려에 대해선 기술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학자적 소신을 역설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두려움을 기회로 보는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앞서 지난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은 로봇과 AI 등의 기술발전으로 주요 15개국에서만 오는 2020년까지 510만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4차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오히려 일자리 확대와는 역행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내에서 카풀 논란이 뜨겁다. 공유경제 스타트업들은 카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반발이 거세다. 차 소장은 "AI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운전기사 등 단순 직업은 사라지지만 고부가가치 직업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AI는 한 가지 일만 하는 모노태스킹(mono-tasking)에 특화된 반면, 인간은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AI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인간과 AI 간 협업하는 '공존·공생'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그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물류센터에 투입한 로봇 '키바'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아마존은 전 세계 120여곳 물류센터 중 20곳에 4만5천대의 물류 로봇을 도입했다. 모노테스킹에 강한 AI는 물건을 나르고 아이템을 픽업해 주문 바구니에 담는 단순노동을 담당한다. 직원들은 상자를 직접 패킹하고 분류한다. 국내 사례로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도입한 인천 가천대 길병원을 꼽았다. 왓슨은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서비스 도입 초기 당시 일자리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의사와 환자 간 대화가 더 늘어 오히려 순기능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감정표현이 가능한 인간의 오감(五感) 능력과 인공지능의 뛰어난 학습능력을 하나로 결합하면 공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텔레마케터가 사라질 직업으로 꼽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AI가 고객의 정보를 찾아주면 텔레마케터는 이를 토대로 고객과 교감하고 빨리 니즈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AI의 도움을 받아 적응하는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며 인간과 AI 간 협업하는 이른바 '공존·공생'이 미래 일자리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차 소장은 국내 가장 기대되는 미래 사업으로 '생체인터넷(IoB)'과 '생체에너지'를 꼽았다. 그는 "생체인식 기술은 사물인터넷 기반인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 밴드 등 착용형 장비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형태로 발달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인체에 패치를 부착하는 기술, 몸속에 칩을 이식하는 기술, 먹는 스마트 알약 기술 등 공상과학 영화 소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AMI는 전 세계 생체인증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26억달러(2조8천억원)에서 오는 2020년 346억달러(37조1천500억원)로 확대돼 전 세계 인구 50%가 생체인식 기술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이미 에너지전환을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추세"라며 "생체에너지가 사물인터넷 전원으로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태양광이나 진동, 열, 풍력 등과 같이 자연적인 에너지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 수확하는 기술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IoT의 사용량이 늘면서 이 기술에 대한 연구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에너지 하베스팅에 관한 특허는 모두 1천370건이 출원됐다. 

차 소장은 특히 암기 위주의 입시교육이 풍토가 사라지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 선도국들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는 근원인 4차산업혁명 인력들에 유연한 사고를 갖도록 교육시스템을 새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 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함양시키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지난 2006∼2016년 유럽연합(EU)의 '산업 R&D 스코어보드' 내 상위 1천개 기업의 연구개발(R&D)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프트웨어 분야 R&D 투자가 지난 2006년 232억유로(약 30조원)에서 2016년 810억유로(약 105조원)로 연평균 13.3% 늘어나며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선도국의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선 지역마다 소프트웨어 전문 초·중·고교를 신설해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관련 아이디어 개발과정과 특허출원 연습 등 실질적인 교육과정을 강조했다. 차 소장은 "4차산업의 핵심은 단연 소프트웨어"라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면 드론·로봇·자율주행차와 더불어 물류와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는 분명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국내 가장 기대되는 기업을 묻는 말에 차 소장은 IT업계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각각 꼽았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자율주행차와 AI 등 차세대 미래 먹거리 기술 투자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그는 "카카오는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며 매년 글로벌 무대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물을 공개하는 등 미래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올해 카카오 역시 AI와 블록체인 등 유망 기술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 소장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끊임없는 기술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의 사례를 보면 시대에 대응하는 전략,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엿보인다"며 "이는 우리 기업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기업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 차원용 소장 약력
▲공주사범대 ▲연세대 경영대학원 MBA ▲서울벤처정보대학원 공학박사 ▲2015∼2016년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전문위원 ▲2014∼2017년 전자정부 민관협력포럼 위원 ▲2016년∼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융복합미래포럼 위원 ▲2014년∼ 국제미래학회 과학기술위원장 ▲현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

■ 저서
▲디지털 비즈니스 게임(2001) ▲솔루션 비즈니스 마케팅(2002) ▲미래기술경영 대예측(2006) ▲다른 것이 아름답다(2008) ▲반도체로 움직이는 세상(2008) ▲한국을 먹여 살릴 녹색융합(2009) ▲기술의 대융합(2010) ▲2030년, 미래전략을 말한다(2011) ▲미래가 보인다, 글로벌 미래 2030(2013) ▲상상 현실이 되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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