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정부와 여당이 카풀 서비스 철회를 요구하는 택시업계를 설득하기 위해 '택시 합승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택시·카풀 TF(태스크포스) 위원장이 언급하면서부터다. 승객이 합승 의사 표명을 하면 그에 따른 요금을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택시업계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택시업계의 호소가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공공연한 승차 거부와 더불어 불친절한 서비스 등 그간 택시기사의 만행에 승객들은 단단히 뿔난 상태다. 모임이 많은 강남역과 홍대, 종로 일대는 새벽 시간만 되면 택시를 좀처럼 잡기 힘들다. 대로변에 나와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드는 진풍경이 펼치지지만, 택시들은 무심코 그 옆을 지나가기 일쑤다.

정부는 8인승 이상 대형택시에 한해 '심야 셔틀' 개념으로, 승객의 양해를 얻어 합승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잦은 승차 거부 문제와 택시업계의 수익 보장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 해도 심야 택시 합승은 국민의 호응을 얻을지 의문이다. 벌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택시 합승 반대를 주장하는 청원 글이 쇄도하고 있다. 청원자는 게시글에서 "택시기사들의 난폭운전과 승차 거부가 비일비재한데 왜 합승을 합법화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택시기사들이 서비스 정신이 바뀌면 자연스레 카풀과 공존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택시합승제 이슈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택시합승제가 전면금지됐던 1982년 이전에는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도 했고 하나의 미터기로 승차 요금을 산정해 형평성에도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문제로 택시합승제를 폐지했음에도 다시 수면위로 꺼내는 정부와 여당의 생각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택시업계의 수익성을 보장해줄지도 의문이다. 승객을 한꺼번에 태워 나르면 그만큼 수익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여러 대의 택시의 몫을 특정 차량이 모두 독점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승객의 편익과 택시업계의 이득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합승제도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아침마다 출근길 전쟁이 벌어진다. 이 시간대만 정기노선 형태의 합승을 제도화 한하면 국민적 공감을 얻지 않을까. 이 시간대는 범죄에 노출될 일이 적은 데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수요 분산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