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이고 가시화된 실천이 긴요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일 올해 신년사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6·12 조·미(북·미)공동성명에서 천명한 대로 새 세기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힌 것이다.

한반도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북한의 비핵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현안이다.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운위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긍정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 가진 북·미정상회담 이후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신뢰를 의심받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적지 않음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에 핵 프로그램 전체 리스트와 시간표 제시를 요구했으나, 북은 이에 즉답하지 않고 체제보장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게 단적 사례다.

북한의 미온적 태도에 국제사회는 의구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것은 정책 변화가 아니라 연구·개발 단계에서 대량생산 쪽으로 전환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미국 쪽에서 나오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지난 연말 '북한이 올해 미사일 발사를 멈춘 이유'라는 분석기사에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현재의 속도라면 북한은 2020년에 약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크리스티나 배리얼 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연구와 개발에서 대량생산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게 반드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라고 전제, "많은 전문가는 '눈길을 끄는 북한의 무기 전시가 중단됐을지는 모르지만 무기 프로그램의 다른 감지하기 힘든 부분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덧붙인 건 주목할 만한 언급이다.

북한이 이처럼 신뢰 결여의 태도를 보이면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미국에 일방적인 대북 압박 기조가 유지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할 게 아니라,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로써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에 먼저 힘쓰길 촉구한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신년사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