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CEO·총수, 신년사 통해 강조
삼성전자, '법고창신'…현대자동차, '전동화 시장 주도'…LG,'고객 가치 창조' 역설

▲ 올해 우리 경제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대기업 CEO(최고경영인)·총수들은 신년사를 통해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새로운 도전의 계기로 삼자고 역설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수십 년 간 우리 경제의 주축이었던 자동차·조선 등의 침체에 더해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보였던 반도체 부문도 정점을 넘어서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대기업 CEO(최고경영인)·총수들은 신년사를 통해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새로운 도전의 계기로 삼자고 역설했다.

주력인 반도체 부품 가격 하락과 스마트폰 부진으로 올해 사업 전망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지난해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토대로 새것을 만들어 나간다)'을 화두로 삼았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법고창신의 자세로 개발·공급·고객 관리 등 전체 프로세스를 점검해 기존 사업의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자"며 "차세대 제품과 혁신 기술로 신성장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건설적인 실패를 격려하는 기업 문화,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투자로 미래 지속성장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의 이석희 사장은 "우리가 마주한 상황을 '위기'라는 단어로 표현하지 않겠다"며 "3년 뒤 시가총액 100조,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미래를 상상하며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로 원가 절감에 집중하고 고객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큰 폭의 실적 하락 속에서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21년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시범운영 하는 등 독자적인 모빌리티(차량이동) 서비스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기존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4차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의 역량을 융합해 독자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외부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사업기회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수소차 등 모든 종류의 전동화 모델을 개발해 2025년에는 44개 모델, 연간 167만대 판매를 통해 세계 전동화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지난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첫 시무식을 가진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금이 바로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라는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며 "우리에게는 고객과 함께 70여 년의 역사를 만들어 온 저력과 역량이 있다"고 되새긴 후 어려울 때일수록 고객에 충실할 것을 역설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앞으로 10년이 '무한기업' 한화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지금 이 순간에 임해야 한다"며 "지금 눈앞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더 높이 날기 위한 '도약의 바람'으로 삼자"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새해 철강산업 전망이 밝지 않다고 염려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며 "철강사업은 세계최초(World First)·세계 최고(World Best)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실질적인 원가절감 활동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룹의 신성장 핵심사업으로 육성 중인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조속한 시일 내에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설비투자, 연구개발, 제품개발, 고객 다양화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연료전지 사업 등 그룹의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키울 것이라면서 "연료전지 사업은 선도업체로 자리매김한 자신감을 토대로 시장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협동로봇,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본격 성장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지속적인 혁신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혁신 기술이 어떻게 시장과 사업모델을 바꿔 갈지 눈과 귀를 열고 그 변화의 맥락을 짚어내 미래의 사업기회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최태원 SK 회장·구광모 LG 회장 등 국내 4대 대기업그룹의 젊은 총수들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더 잘 사는, 안전한,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한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최근 선대 회장들의 사망과 와병으로 각 그룹에서 '세대교체'된 젊은 총수 4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에는 당시 미국 출장길에 오른 정의선 부회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의 총수들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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