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노선 재정립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엄혹했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 근로자의 기본권리와 인권 신장, 민주사회 건설,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 개발 등을 통해 한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작지 않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탄생에 공을 세웠다고 자처하는 이른바 '촛불세력'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본령 이탈을 하고 있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생산성은 낮으면서 고임금을 받는 '귀족 노조'민주노총이 어려움에 빠진 회사의 고통을 외면한 행위 등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배부른 자가 억지를 부리곤 한다는 비판이다.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정부 들어서 더욱 그러한 게 잘 말해주고 있다. 현 정부 첫해에 노조원들이 급증한 게 단적 사례다. 고용노동부의 '전국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합원은 지난해 기준 71만1천명으로 전년보다 6만 2천명이 늘었다. 1년 새 9.5%나 성장한 셈이다. 84만여 명까지 추정되고 있다. 한국노총의 증가 조합원 3만 1천명보다 두 배가량 많다. 민주노총의 몸집이 특히 커진 것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현 정부의 친노조 정책에 수혜를 입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주노총이 불법점거 농성을 벌이고 폭력을 행사해도 뒷짐만 지고 수수방관해 왔다. 이러니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급기야 민주노총은 건전한 노동운동을 넘는 금도(襟度)를 범하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몸집을 대폭 불린 민주노총이 새해 벽두부터 "재벌 체제와 재벌 경영이 낳는 사회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재벌에 대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또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내년도 총선 대비 등 올해 정치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민주노총은 '촛불론'을 꺼내들었다. 현 정부 출범에 대해 자신들의 지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보수 정권 시절 모두 엎드려 숨죽이고 있을 때, 민주노총은 노동자·민중을 중심으로 투쟁하며 '역사적 소임'을 수행했다며 전제, "2016년 촛불 항쟁으로 박근혜 적폐 세력을 물러나게 한 주체는 다름 아닌 우리 민주노총"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 공을 세웠다고 자처하는 이른바 '촛불세력들'이 대정부 압박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정권 창출 기여' 세력은 반대급부 권리만 주장할 게 아니라 경제사회적 책임을 돌아보고 '공성신퇴(攻城身退)' 미덕을 생각하길 촉구한다. 공을 세웠어도 뒤로 물러나 전문성과 합리성을 갖춘 여타 인사들이 일하도록 배려하는 게 온당한 처신이라고 본다.

근래 한국 경제에 경보음이 연신 울리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산업은 흔들린 지 오래됐고, 잘 나가는 반도체는 중국의 추격세가 매섭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이끌 '교체선수'가 없어 4차산업혁명시대 신산업은 실종되는 현실이다. 이러니 한국 성장률은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어두운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는 게 뒷받침한다.

이럴 때일수록 노사화합에 기반한 산업평화가 긴요하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 공을 세웠다고 자처하는 '촛불세력들'은 목소리를 키울 게 아니라, 자신들이 산업평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각계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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