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곳곳 누비는 휴머노이드 로봇·스마트 카트
'쓱 페이로 결제까지 한 번에'…스마트 점포 확산
아날로그 벗고 디지털 장착해 친환경·업무 효율↑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유통업계에서 '매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소비 형태를 파악하고 발맞출 수 있는 실험실이자 무대다. 국내 최대 유통 공룡 중 하나인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이마트24, 에브리데이, 스타필드 등 소비자가 가장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가까운 매장을 4차산업혁명의 테스트 베드(Test Bed)로 삼고 있다.

'AI(인공지능) 기반의 로봇을 가장 빨리 만나볼 수 있는 곳', '한국판 아마존 고(Amazon Go)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한 신세계그룹의 빠른 발걸음은 정용진 부회장의 "고객이 스마트해지는 만큼 기업도 스마트해져야 한다"는 기조 아래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정 부회장은 "최근 유통업체의 가장 큰 고민은 고객이 아주 빠른 속도로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과 전혀 다른 원가 구조와 사업 모델을 만들고 상품 개발부터 제조, 물류, 유통, 판매 등 모든 과정에서 구조 개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고객의 절약을 위해 투자한다는 슬로건 아래 끊임없이 투자와 혁신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 매장에 등장한 흰색 '로봇'

올해 신세계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스마트카트를 통해 4차산업혁명을 대비한 유통과 로봇의 결합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마트를 통해 선보인 '페퍼(Pepper)'는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지난해 5월 첫 선을 보이며 서비스 검증 서비스를 거쳐 다시 8월, 이마트 서울 성수점 수입식품 코너에서 쇼핑도우미로 재등장했다.

다시 나타난 페퍼는 자율 주행과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가 추가돼 한층 고도화된 기술을 선보였다. 행사 정보나 휴점일 등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거나 상품 로고를 인식해 설명하는 수준에서 한 발 나아가, 센서를 이용해 고객 체류 상태를 인지하는 것은 물론 AI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인 챗봇 기능까지 추가했다.

서울대학교 바이오 지능 연구실과 함께 공동 연구한 자율 주행 기능은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거나 추천 상품이 있는 곳으로 동행해 안내하는 에스코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스마트 카트 일라이. 사진=이마트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공개한 스마트 카트 '일라이(eli)'를 통해서도 자율 주행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일라이는 이마트 사내 디지털 혁신기술 연구 조직인 S-랩이 주도해 자체 개발한 AI 기반의 자율 주행 스마트카트로 미래 쇼핑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콘셉트 카트다.

일라이는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편리하게 매장 내 상품 위치를 검색할 수 있다. 전후좌우 4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특수 바퀴 '메카넘 휠(mecanum wheel)'을 사용해 고객이 검색한 위치로 카트가 움직여 안내하거나 또는 고객을 따라 이동한다.

또 계산대에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카트에서 바로 결제를 마칠 수 있으며 쇼핑을 마치면 스스로 움직여 충전소로 복귀해 소비자들이 번거롭게 여기는 카트 반납도 자동 해결된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일라이보다 더욱 고도화된 스마트 카트 개발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LG전자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유통분야에 적용 가능한 서비스 로봇의 일환으로 고객 추종 기능을 담은 스마트카트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기존 일라이가 선보였던 음성 인식과 매장 안내, 고객 추종(팔로잉), 결제 기능과 같은 여러 세부 기능 가운데 고객이 직접 카트를 밀 필요 없이 카트가 고객을 따라 스스로 이동하게끔 하는 '고객 추종 기능'에 개발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고객 대상 서비스 검증을 진행한다.

이마트는 이외에도 지난달 새로 오픈한 의왕점에서도 퓨처로봇과 공동으로 개발한 '트로이 안내로봇 '트로이(Tro.e)'를 공개하기도 했다. 트로이 역시 페퍼와 마찬가지로 AI 기반 자율 주행 로봇으로 27인치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접목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사용 가능하다.

형태준 이마트 전략본부 본부장은 "이마트는 S랩을 중심으로 4차산업 혁명을 대비한 최신 IT 혁신 기술에 대한 연구를 이어왔다"며 "일라이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스마트 카트 상용화를 위한 개발에 적극 나섬으로써 보다 편하고 보다 새로운 이마트만의 미래 디지털 쇼핑 환경 구축에 앞장설 것"라고 말했다.

■ 스마트 점포…그림에서 현실로

최근 임금 인상과 비대면 선호, 현금 기피 현상 등으로 무인점포가 하나둘씩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역시 올해 편의점 이마트24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에브리데이를 중심으로 무인점포를 확산하고 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동점. 사진=이마트


그러나 이들 매장은 셀프 계산대를 설치를 뛰어넘어 최신 디지털 혁신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결제 방식과 운영 방식을 적용한 미래형 매장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매장은 지난달 8월 리뉴얼 오픈한 에브리데이 서울 삼성동점이다. 이곳은 기존 점포를 스마트 점포 형식으로 변신했다. 이 매장은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결제하는 '스마트 쇼핑'을 도입했다. 아마존이 먼저 선보인 스마트 점포 아마존 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과 비슷한 방식이다.

스마트 쇼핑은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간편 결제 서비스인 쓱 페이(SSG PAY) 앱을 활용해 점포 입장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하는 논스톱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 쓱 페이 앱을 통해 제품을 가상의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기획된 것.

이는 모바일 기기 자체가 할인 쿠폰이나 페이 시스템을 넘어 계산대 역할까지 맡게 된 것으로,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 없이 매장 안에서 쇼핑을 즐기면서 결제를 한 후 곧장 게이트를 통해 퇴장할 수 있다.

이태경 이마트 에브리데이 대표는 "스마트 점포는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유통현장에 적용 가능한 미래기술 도입을 적극 검토한 결과물"이라며 "고객들이 쉽고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이미지에 중점을 둔 만큼 새로운 쇼핑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선진 미래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의 쇼핑 편의를 개선하고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미래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스마트점포를 앞으로도 확대 도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굿바이 아날로그…헬로 디지털

신세계그룹은 아날로그를 벗어던지고 디지털이라는 새 옷을 입기로 했다. 바로 전자가격표시기(ESL)와 디지털 사이니지를 도입하기로 한 것. 이는 단순히 4차산업혁명을 구현하기 위한 실험이 아닌 업무 효율과 정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 차원에서의 디지털 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ESL를 지난해 9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ESL는 과거 종이에 표시했던 상품의 가격 등을 디지털 장치를 활용해 표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중앙 서버의 상품정보를 변경하면 무선 통신을 통해 각 매장 내 ESL에 자동으로 반영된다.

따라서 과거 가격이 바뀔 때마다 매장에서 종이 가격표를 출력해 수작업으로 교체하던 반복 업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직원들은 남는 시간에 고객 응대를 비롯한 기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3월 ESL를 시범 도입한 이마트 죽전점의 업무 효율을 분석한 결과, 전자가격표시기 도입 이후 단순 반복 업무가 대폭 사라지면서 종이 쇼카드 교체와 관련된 업무량을 90% 이상 감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 의왕점 전자가격표시기. 사진=이마트


또 매장 곳곳을 디지털 사이니지로 탈바꿈한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LED, LCD 등 디지털 디스플레이어를 사용하는 디지털 게시판을 말한다. 행사나 광고의 경우 종이로 인쇄해 기간이 지나면 버려지기 일쑤다. 신세계그룹은 이 같은 불필요한 인쇄 및 종이 사용을 최소화시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동시에 고객들에게 색다른 디지털 쇼핑 경험과 재미를 전달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창현 이마트 S-랩장은 "4차산업혁명을 앞두고 다양한 디지털 혁신 기술을 유통 현장에 적용시키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편리하고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앞으로도 새로운 미래기술 도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