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울리는 '화웨이' 보안 경보음
美선 '화웨이 CFO 체포' 비판 교수, 비난 역풍
8월부터 中5개사 정부 조달제품서 원천 배제

▲ 2019년에도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중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 화웨이(華爲) 대한 경계령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보안 우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2019년에도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중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 화웨이(華爲) 대한 경계령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국 정부 요청으로 캐나다 당국이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CFO(최고재무책임자·부회장)를 체포한 일을 비판한 저명한 경제학자가 되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EU(유럽연합)는 5G(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를 준비 중인 회원국들에게 화웨이 장비 도입에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 국내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4세대(4G) LTE(롱텀에볼루션)에 이어 비단독 표준(NSA) 5G 무선 장비에도 화웨이를 채용하는 LG유플러스의 선택에 대해 업계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학 석학 제프리 색스(Jeffrey Sachs)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달 한 언론에 "대(對)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멍 CFO를 체포하는 것은 과거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수준에 그쳤던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에게 취한 조치와 다르다"며 미국 정부가 부당하게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다.

하지만 칼럼을 쓰자마자 색스 교수는 거센 비난 여론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미국 누리꾼들은 그의 트위터 계정에 찾아가 "화웨이에서 돈을 받은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이지자 색스 교수는 트위터 계정을 폐쇄했다. 미국 하버드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29세에 최연소 정교수가 된 것으로 유명한 색스 교수는 지난해 11월 화웨이 사보에 "어떤 기준으로 봐도 화웨이의 비전은 강력하고 독창적"이라며 화웨이에 대해 긍정 평가한 글을 쓴 바 있다.

미국은 오는 8월부터 지난해 8월 초당적 지지로 통과한 '미국방권한법 2019'(NDAA2019)에 따라 화웨이나 ZTE 등 5개 중국기업의 제품을 미국 정부가 조달하는 제품에서 원천 배제한다.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 제재에서는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회사의 미국 정부 입찰을 금지한다. 국내 IT회사가 화웨이 제품을 사용한다면 미국 정부 입찰에 뛰어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일본통신사업자 중 유일하게 4세대 통신장비로 화웨이 제품을 썼던 소프트뱅크도 최근 4G·5G 모두에서 중국산 사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 정부에 모바일·인터넷업체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에서도 화웨이에 대한 경보음은 신년 벽두부터 울렸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EU 소속 외교관이 "지난해 스페인, 이탈리아, 핀란드 등에 이어 올해에도 다수의 회원국들이 5G 주파수 경매를 진행할 것"이라며 "수십억 유로의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서 한 장비업체(화웨이)가 유럽의 모든 5G 이동통신망을 독점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각 회원국에 주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내 이통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화웨이 무선 장비를 5G시대에도 채용할 것임을 천명한 LG유플러스에 업계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장비를 계속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해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비단독 표준) 5G는 LTE 장비와 연동해 구축하는데 기존 기지국 장비와 같은 제조사를 선택해야 하고 화웨이 장비는 170개국 이상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보안에 대해 낙관론을 펼친 뒤 화웨이와 함께 국제인증업체로부터 보안 인증을 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화웨이는 2012년 3개, 2013년 12개, 2016년 100개, 2018년 6월 기준 150개로 해마다 보안 취약점이 급증하고 있다"며 "백도어(사용자 몰래 정보를 빼내는 통로) 관련 오버 플로우 취약점만 40개 넘게 발견돼 중국 정부가 맘만 먹으면 비정상적 작동 중지나 관리자 권한 설정 등을 할 수 있는데 과거에 문제 없었다고 현재에도 문제 없다는 말인가"라고 LG유플러스 경영진의 안이함을 질타했다. 또한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지 보안문제를 제조사와 협의한다니"라며 "보안도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실력으로 보안에 최선을 다해봤자"라고 LG유플러스의 조치에 대해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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