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없이 10년간 저축해도 서울 84㎡ 아파트 구매 힘들어
수도권 신규 단지에 청약자 몰려…'탈서울화' 현상 지속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및 주택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주춤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높은 집값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치솟는 집값에 부담감을 느낀 서울 거주자들이 인근 신도시나 경기, 인천으로 이주하는 이른바 '탈 서울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4일 부동산114 시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9.95% 올랐다. 같은 기간 3.3㎡당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천180만원에서 2천615만원으로 뛰었다. 기존 아파트의 시세 상승은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114 분양가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신규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천749만원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2월 SK건설이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서 분양한 'DMC SK뷰'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최소 6억3천800만원에서 최고 7억2천620만원이었다. 11월에 현대건설이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녹번역'의 분양가도 전용 84㎡ 기준으로 최소 5억9천30만원에서 최고 7억1천370만원이었다.

문제는 2∼3인 가구의 경우 지출 없이 소득을 10년간 저축해도 서울에 위치한 전용 84㎡ 아파트를 사들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2018년 가구특성별 소득원천 가구소득 중앙값의 경상소득을 보면 1인 가구는 1천386만원 ▲2인 가구 3천178만원 ▲3인 가구 5천555만원 ▲4인 가구 7천89만원 ▲5인 가구 이상은 7천81만원이다. 중앙값은 크기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값, 경상소득은 가구원이 근로 제공 등의 대가로 받는 수익을 말한다.

DMC SK 뷰의 경우 계약금이 분양가의 20%로, 6천만원 이상의 계약금이 필요하다. 발코니 확장 비용과 유상 옵션 품목까지 고려한다면 최소 7천∼8천만원 가량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더해 정부의 규제로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역(16개구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출과 청약 규제, 전매 제한 등의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의 새 아파트로 서울 인구가 몰리고 있다. 지난 12월 GS건설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위시티2지구 A2 블록에서 분양한 '일산자이 3차'의 청약 결과를 보면 고양시(해당지역)에서 들어온 청약 통장 수는 901개, 반면 기타지역에서 들어온 청약 통장 수는 1천936개로 고양시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업계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인해 주거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서울 전 지역에서 적용되면서 서울 생활권이 가능한 수도권 지역으로 이사하는 현상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서울 집값은 2∼3년 동안 오를 대로 올랐고 대출금액 축소 등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쪽을 선택하다 보니 탈서울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수도권 지역의 교통 개발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서울 출퇴근의 어려움도 점차 감소하고 있어 신혼집을 구하는 신혼부부나 자녀를 위해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를 희망하는 중장년층들의 이동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과 인접한 주변 수도권 지역 내 새 아파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GS건설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위시티2지구 A2 블록에서 분양한 '일산자이 3차(전용 59∼100㎡ 1천333가구)'는 이달 14일부터 정당계약에 들어간다. 대우건설도 이달 10일 경기 용인시 신봉동에서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 1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한다. 이 단지는 지하 5층 지상 최고 49층 4개동으로 아파트 전용 74∼84㎡ 363가구, 오피스텔 전용 74∼84㎡ 84실 규모로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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