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흉부 엑스선 영상 판독에 '루닛 인사이트' 탑재
폐암·폐 전이암에 대한 판독 정확도 향상…조기 진단 기대

AI 기반 영상판독 보조 시스템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해 영상을 판독하는 모습. 사진=서울대병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서울대병원이 이달부터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AI(인공지능) 기술을 환자 영상판독에 활용한다고 4일 밝혔다. AI가 흉부엑스선 검사 영상을 보고 폐암 혹은 폐 전이암으로 의심되는 점을 의사에게 알려주고 의사는 이를 참고해 자칫 놓칠 수 있는 폐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게 됐다.

AI 기반 영상판독 보조 시스템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 for Radiography Nodule Detection)'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루닛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박창민 교수팀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이를 인피니스 헬스케어의 의료영상정보시스템(PACS)에 탑재해 실제 영상판독에 활용한다. 

루닛 인사이트는 흉부 엑스선 영상에서 폐암 혹은 폐 전이암으로 의심되는 소견을 발견하고 의사의 진단을 보조한다. 또 양질의 영상 데이터와 독자적인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크기가 작거나 갈비뼈와 심장 같은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자칫 놓치기 쉬운 결절도 정확하게 찾아내는 역할도 한다.

서울대병원은 "기존에 의료용 AI로 알려진 'IBM 왓슨 포 온콜로지'의 경우 환자의 진단 정보를 입력하면 기존에 발표된 논문들을 기반으로 적합한 치료법을 추천해주는 일종의 검색 프로그램 형태"라며 "루닛 인사이트는 해당 소프트웨어가 직접 영상을 판독해 특별한 소견을 밝히는 의사결정 보조 시스템(CDSS)"이라고 왓슨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최근 의료 영상 분야 학술지인 '방사선학(Radiology)'에 게재된 서울대병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이번 AI 소프트웨어 활용 시 흉부 엑스선 폐암 결절 판독 정확도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포함된 연구 대상 의사 모두에게서 향상됐다. 

내과의사 3명과 영상의학과 전공의 6명, 전문의 5명, 흉부 전담 전문의 4명 동 18명의 의사들과 판독 능력 정확도 비교에서는 악성 폐 결절의 분류의 경우 AI 91%, 의사 77∼94%로 나타났다. 일반 폐 결절 유무의 경우는 AI 89%, 의사 66∼86%의 정확도를 보였다. 또 의사가 AI의 도움을 받아 판독할 경우, 악성 폐결절은 최대 14%, 일반 폐 결절의 경우 19%의 판독 능력 향상이 확인됐다.

이번 AI 판독 시스템의 임상 적용을 주도한 구진모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AI가 흉부영상판독 보조 기능으로 환자 진료에 본격 적용되는 첫 번째 사례"라며 "의료 혁신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루닛 인사이트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보라매병원, 국립암센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메디컬센터(UCSFMC)에서 성능 검증을 마쳤고,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연구팀은 폐암 이외에도 다양한 질환에 대한 AI 기반 영상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흉부 엑스선 영상에서 활동성 폐결핵을 검출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그 성능을 감염학 분야 학술지인 '임상감염병학(Clinical infectious disease)'에 보고한 바 있다.

박창민 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흉부 엑스선 영상은 폐암을 포함한 다양한 흉부 질환의 진단과 평가에 매우 중요한 검사지만 그 특성상 실제 폐암 같은 중요 질환에 대한 판독 정확도는 높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며 "이번 AI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폐암 진단 정확도를 높여 진료의 질과 효율성 모두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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