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호황' 꺾이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 '급강하'
영업익 10.8조…전분기 38.5%↓ 연간 '60조 흑자' 달성 실패로

▲ 지난해 자동차·조선 등 기존 국내 주력 산업의 침체 속에서도 순항하던 삼성전자가 4분기 실적 급락으로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천억원의 잠정실적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앞 신호등 위로 삼성 사기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자동차·조선 등 기존 국내 주력 산업의 침체 속에서도 순항하던 삼성전자가 4분기 실적 급락으로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최근 몇 년간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이면서 주축인 반도체 사업의 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뛰어난 중국산 중·저가폰 공세에 스마트폰 실적도 둔화한 데 따른 것이다. 올 상반기에도 재고물량 해소를 위한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는 이어지고 스마트폰 부문의 반전도 쉽지 않아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천억원의 잠정실적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 같은 기간(65조9천800억원)보다 10.6% 줄었으며 전 분기(65조4천600억원)보다도 9.9%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15조1천500억원)에 비해 28.7% 축소됐고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전 분기(17조5천700억원)보다는 무려 38.5%나 줄어들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7분기만이다. 이는 증권사들의 시장 전망치 평균(13조3천800억원)보다도 크게 못 미쳐 '어닝 쇼크(Earning Shock·기업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크게 저조해 주가 하락 충격을 주는 경우)' 수준이다.

이날 실적 발표는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됐기 때문에 사업 부문별 구체적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증권투자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돌면서 전 분기(13조6천5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영업이익이 45조원 안팎에 달하면서 전체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돼 '반도체 편중'에 대한 우려를 컸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IM(IT·모바일) 사업 부문은 갤럭시S9 시리즈의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1조6천억원대에 그치면서 전분기(2조2천200억원)에 훨씬 미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DP) 사업과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은 각각 1조원, 5천억원 안팎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주력인 반도체 D램·낸드 모두 역성장폭이 시장 예상보다 컸고 셋트 부문이나 디스플레이 부문도 기대에 못 미쳤다"며 "올해 1분기에는 재고물량 해소를 위해 반도체 가격 인하에 나섬으로써 상반기에도 뚜렷한 반등의 계기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7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또한 "2019년에는 메모리 시장이 약화될 전망이므로 업계 순위에 큰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메모리 공급업체는 지속적인 노드 전환, 새로운 메모리 기술, 새로운 제조 기술 등에 대한 연구 개발에 투자해 향후 중국 신규 업체 진입에 따른 공급 과잉과 치열한 마진 압박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이례적으로 잠정실적 공시에 별도의 설명자료를 첨부하고 4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경쟁 심화로 실적이 둔화됐다"며 "올해 1분기의 경우 메모리 업황 약세가 지속되면서 실적 약세가 전망되지만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개선되는 가운데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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