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 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11년 전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당시 시간당 2천원대의 임금을 받고 일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식사 시간으로 주어진 30분은 일한 것으로 쳐주지 않았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근무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원하는 만큼 일할 수도 없었다. 현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규칙들이 많았지만 그땐 열심히 지켜가며 일했다. 내가 노동하는 1시간 보다 두 배 이상 비싼 햄버거를 팔며 어린 나이에 알 수 없는 서글픔을 느끼면서.

2019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은 8천350원. 일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하면 추가로 지급받는 주휴수당까지 합친다면 1만원이 넘는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적어도 내가 판매하는 물건이나 식사보단 나의 노동의 값어치가 비싸졌다. 2년 동안 껑충껑충 뛰어버린 최저임금으로 자영업자들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지만 말이다. 그 덕에 새해가 오는 것이 싫었다는 분도 계신다.

최저임금은 지난 30여년 간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결정해왔다. 지난 7일 정부가 이 결정 체계를 쪼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눈다는 방침을 내놨다. 구간설정위원회가 인상 범위를 설정하면 노사가 포함된 결정위원회가 이를 확정한다는 것이다. 결정위원회에는 여성과 청년, 비정규직, 소상공인 대표 등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사업주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 임금을 결정하겠다는 제안도 내놨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이를 '개악안'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금은 '노동자' 중심으로 결정돼야 하지 '사업자' 중심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는 것. 구간설정위원회가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점에도 반기를 들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임금은 애초에 없다. 하지만 2년 새 두 자릿수 성장을 반복한 임금 인상으로 노사 간 갈등은 깊어지고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아직은 1월, 당장 실감하긴 어렵지만 두어 달 뒤 8천350원의 후폭풍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전문가 토론회와 대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이달 중 최저임금위원회의 이원화에 대한 최종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노사 모두의 입맛에 맞게 결정할 순 없겠지만 지난해 임금 인상을 통해 겪었던 많은 갈등과 실질적인 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해법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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