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지방자치는 언제쯤 성숙한 모습을 보일까. 1991년 지방의회, 1995년 단체장 직선제가 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성년 나이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미숙하고 부도덕한 모습을 적잖게 보이고 있다.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는 늘 도마에 올랐다. '놀자판 연수'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바뀐 게 거의 없다.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그때만 개선 시늉을 내다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되돌아가곤 했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연수 기간 추태'는 단적 사례다. 해외 연수를 떠난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가이드 폭행 및 여성 접대부를 요구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7박 10일 간 미국과 캐나다로 연수를 떠나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해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물의를 빚어 호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다. 군의원 가운데 권도식 의원(무소속)은 전화로 부를 수 있는 여성 접대부, 이른바 '콜걸'까지 불러 달라는 요구까지 가이드에게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러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초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글이 쉼 없이 올라오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 지방자치는 다수 단체장들의 위민행정 실천과 함께 지방의원들이 입법활동,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풀뿌리민주주의 구현의 '동네일꾼'으로서 위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도 지방자치가 분노와 자괴의 동의어가 돼선 안 된다는 위기감을 갖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윤리도덕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일부 지방의회에선 일반 소시민은 생각도 못할 의장단 나눠먹기 자리다툼, 거짓말, 도박, 부패 비리 연루, 성매매 및 유사성행위 의혹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이 적잖았다.

이들에게 지방행정의 정책과 예산 등을 맡기는 일은 주민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 주민 삶의 질 향상과 편의를 위해 일해야 할 지방의원이 오히려 주민의 원성을 사는 가치전도적 행태는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을 개탄케 하고 있다.

지방의회 개혁이 시급하다.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무겁고 크다. 스스로 외유성 연수를 자제하는 등 모범을 보이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에 나서야 한다. 기초의원들은 물론 단체장도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은 물론 각종 행사에 동원되기도 한다. 특별당비로 공천을 주고받는 거래행위가 이뤄지기도 한다. 일반 소시민은 생각도 못할 '막장 드라마' 같은 일들을 지방정치인들이 버젓이 행하고 있으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지방의회를 수술할 근본 방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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