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을 밝혔다. 10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 전반에 걸쳐 두루 진단과 평가, 차선의 대안까지 소신 있게 답변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격의 없는 소탈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신선했다. 탈 권위다. 직전 대통령과 다른 소통의 자세였다. 대통령이 직접 사회를 보면서 질문자를 지명하는 '타운홀 미팅' 틀을 준용, 각본 없이 80분 간 자유로운 방식의 기자회견을 가진 점은 긍정 평가된다.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 주제는 '경제'와 '사회안전망'이었다. 먹고 사는 문제 해결과 양극화에 따른 정부 역할 강화 등은 현안 중 현안이기에 뜨거운 관심사인 건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고용 지표가 하락하는 등 민생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언급하고 해소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는 '해법'을 밝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 곳곳에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고, 연구기관들은 어두운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주요 기관들이 전망한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실질 GDP)은 2.5~2.7%다. 이는 한국은행이 전망한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3.6%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치로, 국내 경제 성장세 둔화 우려를 사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2.5%에 머물 것으로 하향 예측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 수출 등 대부분의 주요 지표가 한국 경제의 하강 국면 진입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를 해야 자본이 축적되고 생산성도 높아질 텐데, 투자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다 보니 잠재성장력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부진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 발 인건비 상승이 부른 고용 악화를 비롯해 금리 상승 등으로 생산에 투입되는 핵심 요소의 가격이 오르며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드러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 '1대 99 사회' 또는 '승자독식 경제'라고 불리는 경제적 불평등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 등이 '포용적 성장'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정책의 급진성은 개선해야 한다. 1년 새 30% 가까이 최저임금이 급등, 영세 상공업과 자영업자 등은 직원을 내보내고 가족끼리 일하는 등 후유증이 여간 큰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경제는 시장에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철학으로 경제 패러다임 개선에 나서길 기대한다.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지 않으면 성장률을 높일 수 없음을 직시해야겠다. 무엇보다 '산업의 뿌리'인 제조업 회생에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길 기대한다.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호황과 수출에 기대 그나마 현재 수준의 성장을 유지했는데 이젠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불안 등 앞날은 가시밭길뿐이다. 소득주도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구조개혁과 기업혁신으로 전환, 경제 활로를 찾는 기회이길 바란다. 경제가 뒷받침돼야 선진복지국가를 향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의 이니셔티브를 우리가 쥘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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