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국영수코'라는 말이 등장했다. 정부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채택하면서 국어와 영어, 수학에 이어 코딩까지 입시 주요 과목으로 여기는 현상으로 등장한 신조어다. 코딩은 기존 컴퓨터 수업과는 달리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까지 키워준다고 알려져 있다. 국영수코라는 신조어 탄생에는 코딩을 놓치면 아이가 영영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부모들의 걱정도 함께 담겨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19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코딩 교육 의무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중학교 1학년 학생 대상이었던 수업은 2학년까지, 초등학생은 5, 6학년까지 코딩을 의무적으로 배운다.

그러나 정부의 빠른 발걸음과 달리 실제 교육 현장은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디지털 교육기업 시공미디어가 최근 발표한 '2019 코딩 정규 교과 편성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7명이 코딩 정규 교과 도입을 위한 교사 연수가 '미비하다'(70.1%)'고 응답했다. 코딩의 정규 교과 편성을 '부정적(44.6%)'으로 여기는 교사들 중 29.5%는 '코딩 정규 교과를 위한 교사 양성 대책이 부족하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코딩을 교과목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어떤 학교는 시작하고 어떤 학교는 아직이다. 컴퓨터 학원들을 이미 코딩까지 함께 가르치고 있으며, 교육업계는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코딩 관련 교구재를 출시하고 있는데 학교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자녀를 한국의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로 키우세요" 코딩 학원이나 관련 교구재 소개 속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코딩을 배우면 IT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에는 남다른 창의력과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자신감, 그리고 도전정신이 있었다.

사교육이나 코딩 교구재를 통해 '정신'까지 배우긴 힘들다. 부모와 학교가 코딩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해야 아이들을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인재로 키울 수 있다. 공교육용 코딩은 아직도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대로 코딩이 사교육에 휩쓸리고 입시교육처럼 변질돼 안착에 몇 년 시간이 걸릴까 우려된다. 교육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교과 지도안과 구체적인 학습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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