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경영진 책임 물어야"…보수단체, "연금 정치화" 우려
연금기금운영위, 산하 수탁자책임위 검토 후 2월 초 최종 결정
이날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는 "한진칼·대한항공 이사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에 대한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그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총수 일가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명품 밀수 등으로 대한항공 이미지 및 기업가치를 하락시켰다"며 "이에 대한 경영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회장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견제·감독을 이행하지 않은 대한항공 이사들과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주식 가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한진칼 이사들에 대한 재선임 반대 및 해임 등 조치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7월말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주주 활동 등 수탁자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행동지침이자 모범 규범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2.45%를 가진 2대 주주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해 조 회장 일가(28.93%),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국내 사모펀드(PEF)인 KCGI(10.71%)에 이어 3번째로 주식이 많다.
김 변호사는 "전 세계 연기금이 공공성을 갖는 기관투자자로서 환경문제 해결이나 사회 인프라 투자,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공익 목적의 사회적 책임투자 원칙을 지향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활동으로, '연금사회주의'나 연기금을 통한 정치적 개입과는 관련이 없다"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같은 시각 보수성향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지배구조포럼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경계한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공적연금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인 상황에서 독립성 확보 방안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다면 국민연금의 정치화 심화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의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행사 여부를 다음달 초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산하 수탁자책임위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를 검토해 보고하도록 한 뒤 그 논의 결과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하기로 했다. 양사의 주주총회는 오는 3월 열린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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