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양날의 칼'이다. 소비자 보호 같은 상대적 약자 부분은 기존 규제를 유지함으로써 건강한 경제산업 생태계를 유지·발전시킨다. 반면 자유시장 질서에 배치되는 진입장벽 해소를 위해선 규제혁파가 시급하다. 현 시점,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선 여러 부문에서 규제 개혁이 요청된다.

특히 금융개혁이 시급하다. 금융은 경제에서 인체의 피와 같은 존재인데, 우리의 금융은 경색된 시스템을 보이고 있다. 금융산업 구조의 선진화를 위해선 진입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신규 진입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면 금융회사들의 과점이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돼 혁신 추구보다 현실 안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마침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오늘 17일부터 발효된다. 기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와 한국통신(KT)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지분율 변경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한도를 기존 4%(의결권 없이 10%)에서 혁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34%까지 늘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한도초과보유주주 심사다. 인터넷은행법은 금융관련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경가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두고 있는데, KT와 카카오M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것이다.

여하튼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발효는 만시지탄이다. 다행인 건 오는 3월 중엔 제3, 제4의 인터넷은행 후보군도 가려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인터파크가 먼저 의사를 보였고, 국내 최대 포털업체이자 정보기술(IT)에 기반해 다양한 영역으로 국내외 사업을 넓히고 있는 네이버도 시장 진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사실 금융산업의 진입규제 개편은 진작에 시작했어야 했다. 선진국들은 이미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등을 통한 금융산업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 금융 당국과 금융회사들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규제와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산업을 육성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말하지만 유야무야되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 기업 경쟁력 등을 뒤처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서울 대신 도쿄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 모바일 메신저 자회사 라인에 7천517억원을 투자한다. 일본 라인은 모(母)회사의 투자금에 일반 투자자 자금까지 1조5천억원을 확보해 간편 결제 서비스인 라인 페이와 보험·대출·증권과 같은 핀테크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카카오도 지난 해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 개발 자회사 '그라운드X'를 일본에 설립했다. 설립 후 4개월간 직원 100여명도 채용했다. 이처럼 규제에 발목이 잡힌 기업들이 해외에서 대규모 신사업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제라도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 투자와 4차 산업 경쟁력 확보, 고용 창출의 발판으로 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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