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빅데이터로 집 살 때 객관적 판단 도울 것"
"다양한 규제에 얽혀 있어 국내 프롭테크 산업 부진"

▲ 남성태 집펀드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어드바이스를 통해 최적의 대안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집을 살 때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부동산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어드바이스를 통해 최적의 대안을 제공하겠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남성태 집펀드 대표는 향후 목표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집펀드는 국내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또는 법인에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롭테크(Proptech) 기업이다.

집펀드는 국내 부동산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률을 분석해주는 '집어드바이저(ZIPADVISOR)'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 서비스는 부동산 개인 맞춤 AI(인공지능)형 투자자문 서비스로 수익률과 순이익 등 복잡한 투자분석(ROE 계산 자동화)을 실시간으로 해결해준다.

프롭테크란 부동산을 뜻하는 '프로퍼티(Property)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onology)의 합성어다. 즉 IT 기술을 부동산에 접목해 자산 가치를 높여주는 산업을 일컫는다. 전 세계적으로 프롭테크 기업은 4천개를 넘어섰으며 투자 규모는 총 78억 달러(한화 8조7천억원)에 이른다.

남 대표는 국내 프롭테크 분야에서 선구자로 통한다. 그는 프롭테크 기업 집펀드를 창업할 당시를 회상하며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프롭테크 수준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정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국내 프롭테크 산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프롭테크 기업을 경영하는 현장 사령탑에게 해답을 직접 들어봤다.


- 국내 프롭테크 시장의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프롭테크라는 개념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외를 통틀어 생소하다. 어디까지를 프롭테크로 볼 것이냐 하는 기준조차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프롭테크 산업을 보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면서 '직방'과 '호갱노노' 등 다양한 온라인 부동산 서비스가 생겨났다. 그동안 부동산114와 KB부동산, 네이버 부동산 등 금융사와 포털사가 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은 금융과 포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대부분 무료로 제공돼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프롭테크 산업의 성장 동력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남성태 대표는 국내 프롭테크 산업이 부진한 데 대해 "프롭테크는 부동산과 IT 분야가 접목된 만큼, 규제가 다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우리나라 프롭테크의 상대적 부진의 이유는.

"지난해 홍콩 현지에서 열린 프롭테크 관련 행사에서 홍콩과 중국 기업들의 활발한 활동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프롭테크의 현주소와 비교돼 큰 아쉬움을 가졌다. 최근까지만 해도 부동산업은 중소기업법상 정부 지원 불가 업종 중 하나였다. 선도국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프롭테크 관련 규제를 꼽자면 부동산 분야에는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 등이, IT 기술 분야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보호법 등이 있다. 다만 기술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많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 프롭테크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프롭테크는 실물을 끼고 있는 산업이다. 우리 삶에 밀접한 만큼, 향후 실생활 속에 완전히 녹아들 것이다. 지난해 9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 펀드가 미국 프롭테크 스타트업 '오픈도어(Open door)'에 4억달러(한화 4천500억원)를 투자하면서 화제가 됐다. 프롭테크 산업은 더디지만,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무인 커넥티드카 기술이 상용화되면 교통 체계의 변화가 생길 것이다. 부동산 측면에 보면 지하철·버스 노선 중심으로 집중 개발하는 현재와는 달리 미래에는 역세권의 개념이 흐려질 수도 있다. 교통수단을 때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게 되면 역세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 벤치마킹할만한 해외 프롭테크 기업을 꼽자면.

"영국의 페이브젠(Pavegen)을 주목했다. 페이브젠은 사람이 보도블록을 밟고 지나갈 때마다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동선과 사람의 무게에 따라 연령 등의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다. 특히 페이브젠이 시스코와 인텔, 구글, 시멘스 등의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피지컬(물질적인)과 디지털화의 접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 집펀드를 소개한다면.

"집을 살 때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집에 대한 관점을 주거로 봐야 하나 투자에 대한 수익으로 봐야 하나, 이런 개념 정립이 안 돼 있어서 시장이 혼란스럽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해줄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개인별 맞춤형 어드바이스 서비스가 필요하다. 집어드바이저는 IT와 집펀드 부동산 빅데이터인 집데이터(ZIPDATA)를 활용해 부동산과 금융상품을 연계한 최적의 대안을 연결해준다.


- 프롭테크 분야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20년 가까이 부동산업에 종사해왔다. 부동산 종사자가 IT분야로 뛰어드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부동산과 IT 산업은 서로 차이점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친형이 데이터 관련 창업을 했고 이에 영향을 받아 IT 기술에 관심을 두게 됐다. 3∼4년간 배운 온라인 기술과 그간 쌓아온 부동산 역량을 접목해 집펀드를 창업했다.


- 남 대표의 성장 과정(이력)과 최근 활동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집안 사정으로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면서 이른 나이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미국 위스콘신대 부동산학과 재학 중에는 이 학교에 가장 오래된 부동산 클럽에 활동했다. 학부에서는 제가 최초의 한국인이었던 것 같다. 첫 사회생활은 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Cushman & Wakefield, Korea)에서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자문 컨설턴트로 일하며 초대형 개발사업에 대한 지식을 익혔다. 이후 콜럼비아대 부동산대학원에 진학해 엑셀분석 수업에서 강의조교(TA)를 맡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뉴욕 철도청에서 인턴 근무를 했으며 뉴욕의 디벨로퍼 회사와 부동산 개발회사인 위밋캐피탈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최대 부동산 단체인 Urban Land Institute (ULI)의 프롭테크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 남성태 대표 약력

▲現 집펀드 대표 ▲前 쿠시먼웨이크필드 / 캐피탈 마켓, 어드바이저리 ▲前 WEMIT LLC (뉴욕)/ 투자개발 담당

▲콜럼비아 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석사 ▲위스콘신 대학교 금융/경제 학사 ▲CCIM (뉴욕 메트로 지부), LEED Green Associates ▲Urban Land Institute 프롭테크 분과 위원장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프롭테크 전공 겸임교수(2019년 1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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