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기업의 자율적 경영을 최대한 보장,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15일 열린 대기업·중견기업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에 본격 착수했다니 다행이다.

현장과 사전 질문을 통해서 나왔던 기업인들의 건의사항 중 혁신성장, 규제개혁, 고용, 지역경제, 남북경협 등에 대해 소관부처에서 장관이 서신 형태로 공식 답변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이 투자를 하고 생산성을 높여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되기 위해선 신산업 육성 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규제혁신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려되는 바는 따로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회통과를 주문한 상법 개정안이다. 집중투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으로 대주주의 의사결정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저해요소가 작지 않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 차원에서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끊임없이 의무화를 요구해온 제도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5명 후보 모두에게 5표씩을 줄 수 있게 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의 경우 특정 세력이 지지하는 이사 선임이 쉬워진다, 이렇게 선임된 이사들은 특정 집단이나 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소지가 크다. 미국·일본 등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도입했던 선진국에서조차 이를 폐지한 배경을 정부가 직시하길 바란다.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소송 등 개입할 수 있는 방도가 생기게 돼 자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사익 추구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들 제도는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글로벌 기업 사냥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우려를 사고 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이 기업을 무겁게 짓누르는 와중에 또 다른 폭탄을 안긴다면 버텨낼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걱정이 크다. 정부는 재계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확보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너가 지분을 싸게 매입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설 수 있게 하는 포이즌 필과 차등 의결권 등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기업이 투자해서 성장하려는 것을 막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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