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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칼럼] 피해야 할 '국민연금 쇼크'
  • 황종택 주필
  • 승인 2019.01.20 14:33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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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이상 사람의 사는 길은 엇비슷하다. '초년 출세(出世), 중년 상처(喪妻), 말년 무전(無錢)'만 피하면 얼추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그렇다. 또래에 비해 너무 어린 나이에 잘 나가는 게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지만, 위험도 크다. 초년기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출세가도를 달리다 삐끗하면 날개가 없는 듯 추락하곤 한다. 삶을 웅숭깊게 하는 단계를 밟아 오를 때 맛보는 성취감을 모르기 때문일 터이다. 중년기에 배우자를 잃으면 삶 자체가 피폐해 진다.

안타까운 건 인생 황혼기에 찌든 가난이다. 이는 자녀에게나 주위에 짐이 된다. 문제는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해 사회 뒤편에 물러나야 할 판국이 됐다는 점이다. 3년 이내 700여만명이 된다. 이들은 자녀 뒷바라지와 부모 봉양이라는 '이중 굴레'에서 청춘을 바치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게 대부분이다.

■현 제도 시 2057년 기금 고갈 전망

이를 막기 위해 사회복지제도가 있다. 각종 연금제도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은 대표적 사회복지제도다. 그런데 국민연금기금 고갈 우려가 높다. 실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637조 원인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1년 1천778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후에도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24.6%로 급격히 올려야 한다. 월 3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73만 8천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연금 쇼크'를 피하려면 보험료를 차츰 올려 '낸 것과 비슷하게 받는' 구조로 서서히 옮겨야 한다.

하지만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시도는 지난 22년간 번번이 좌절됐다. 1997년 5월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은 9%인 보험료율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3.6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밀려 보험료 동결을 택했다.

2003년 10월엔 정부가 보험료를 5년마다 1.38%포인트씩 올려 2030년 15.9%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듬해 6월 16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 자동 폐기됐다. 2006년 6월 정부가 한발 물러서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는 방안을 다시 국회에 냈지만 이조차 국회가 거부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편안은 현행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유지(1안), 기초연금을 현행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2안),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5%로 조정(3안),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조정(4안) 등 총 4가지다. 대통령과 소관 부처가 4가지 4지선다형을 제출하면서 국회로 공을 넘긴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기득권층에 욕먹어도 개혁 마땅

예컨대 3, 4안처럼 더 내고 더 받는 정책 대안을 추진하려면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저소득층을 위해 보험료 국고지원을 늘리고 기존의 '크레딧 제도'도 확대해 가입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기초연금과 기타 공적부조 제도를, 고소득층은 퇴직연금과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혼합해 다층적인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구축하는 정책 조합이 요청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은 현행 45%인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더 받는' 개혁안이다. 더 내자는 내용은 없었다. 이제라도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서 보험료율을 13%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채택하길 바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보험료 낼 청년층은 줄고 수령자는 급증하는 시기에 미래세대에 무거운 짐을 지울 순 없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후 해당연도 지출을 해당연도 보험료로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무책임하고 가혹한 결정이 아닌가.

제대로 된 개혁이 없으면 최악의 경우 미래세대는 연금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소수 노동사회단체로부터 욕을 먹더라도 긴 역사의식을 갖고 연금개혁을 시급히 단행하길 바란다. 현 국회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료를 올림으로써 '표 떨어지는' 부담을 꺼려 연금 개편 논의를 완료하지 못할 수 있다. 이렇다면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등 국민적 합의가 쉬운 내용부터 먼저 의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돈 없는 고달픔'을 막고, 미래세대에겐 짐을 지우지 않는 차선책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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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주필 resembletree@dtoday.co.kr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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