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문재인 정부가 총체적인 난국이다. 지난해 말 실무 공무원들의 잇따른 폭로로 정권 운영의 마찰음이 들린다 싶더니 연초에는 여당 의원들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돼 방어하느라 정신없다. 청와대도 개편하고 개각도 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도모했건만 연초부터 발걸음이 무겁다.

좋았던 옛 시절과 비교하면 더 아려온다. 조선시대를 다룬 궁중사극에서나 나올법한 전임 대통령과 그 지인 일당이 벌인 국정 농단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쫓겨난 뒤 현 정부가 들어서자 여론은 새 희망의 기대감으로 매우 우호적이었다. 당시 현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룬 기사에는 "요즘은 뉴스 보며 힐링(치유)된다"는 댓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는 올해는 예전의 영화가 온데 간 데 없다. 언제고 고공 상태를 유지할 것 같던 대통령 지지율도 이젠 40%대를 얼마나 오래 끌고 가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이맘때도 가상통화에 대한 고강도 규제 정책과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 아이스하키팀 선발 과정에서 빚어진 공정성 이슈로 젊은층 지지율이 일시 폭락하면서 집권세력들이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 위기는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대반전의 드라마로 이어진다. 집권 후 1년 남짓된 시기에 치러진 선거여서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먹히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남북화해 무드는 문 대통령과 여당에게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압승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줬다.

그러나 이 또한 북미간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를 보이고 경제 불황이 심화되자 그 뒤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직접 사회를 본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그 일환으로 예년과 달리 각종 신년회와 청와대 초청행사들을 통해 주요 재벌 총수들을 만나 적극적인 투자를 촉구했다.

맹자(孟子)는 '칠년 묵은 병에 삼년 묵은 쑥을 구하는데 진실로 묵혀놓지 않으면 평생을 구해도 얻을 수 없다'(七年之病, 求三年之艾也, 苟爲不畜, 終身不得)고 일갈했다. 이는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당시 위정자들을 꾸짖는 말이었다. 정권 담당자로선 위축된 경기와 일자리를 되살리기 위해 역대 정부가 그러했듯이 재벌 총수들에게 투자를 요청했겠지만 그런 임시방편이 소기의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우리 경제의 중병만 심화시키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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