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호위함 청주함에 동명 3인 수병
청주함 3명의 '김선우 일병' 함께 근무
같지만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 만들어

▲ 18일 해군2함대 청주함에 동일한 계급과 이름을 갖고 있는 갑판병 일병 김선우(왼쪽 첫번째), 보급병 일병 김선우(왼쪽 세번째), 추진기관병 일병 김선우(오른쪽)와 청주함 주임상사 김동석 상사(왼쪽에서 두번째)가 청주함을 배경으로 손을 맞잡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간투데이 권혁미 기자] 해군 호위함 청주함(FF, 1천500톤)에는 동일한 계급과 이름을 갖고 있는 세 명의 수병이 있다. 해군 일병 김선우다.

비슷한 시기 청주함으로 처음 배치된 이 세 명은 추진기관병 일병 김선우(金仙宇·23·해상병648기), 갑판병 일병 김선우(金善祐·21·해상병649기), 보급병 일병 김선우(金宣宇·21·해상병649기).

청주함 현문 당직자가 함내 방송으로 "일병 김선우, 현문 보고!"라 부르면 서로 다른 세 명의 수병이 달려 나온다.

한 명의 선임 수병과 두 명의 후임 수병. 해군 수병이 한 기수에 대략 1천여 명 정도가 배출된다고 가정하면 그 중 동기가 같은 함정에 배치될 가능성은 낮다. 무작위 전산배치니 운에 맡겨야 한다. 거기에 이름도 같다면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청주함에 근무하는 세 명의 김선우 수병은 같지만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서해 최전선에서 우리 바다를 지키는데 매진하고 있다.

■ '형' 역할을 자청한 추진기관병 일병 김선우(金仙宇)

추진기관병 일병 김선우는 세 명의 김선우 중 선임이자 나이도 많아 형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선우 일병은 고등학생 시절 2함대에 안보견학을 왔던 경험이 있다. 김 일병은 이때 천안함 전시시설을 보고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정신에 마음이 뭉클해져 해군에 지원했다고 한다. 마음이 닿았는지 첫 배치도 2함대였다.

김 일병은 후임 김선우 일병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휴가를 나갔다 돌아오면 선물을 사오는 것은 기본이다. 가끔은 연애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형 역할을 하고 있는 추기병 김선우 일병은 "아무래도 함정에서 이름이 같은 후임 김선우 일병들이 친동생 같아 정이 많이 간다"라며 "김선우 일병 중 가장 선임이자 연장자로서 남은 군 복무기간 동안 후임 수병들을 잘 이끌어 서해 북방한계선을 수호하는 필승함대 2함대의 전통을 이어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청주함의 다빈치' 갑판병 일병 김선우(金善祐)

갑판병 일병 김선우(金善祐)는 동국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이로 인해 청주함에서는 '청주함의 다빈치'라 불린다.

김 일병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다. 가장 많이 그린 소재는 '바다'. 그래서 김 일병은 해군을 지원했다. 자신의 예술 활동을 틈틈이 이어가고자 한 선택이다. 지금도 김 일병의 스케치북에는 항해 중에 경험한 특별한 풍경이 한 가득이다.

청주함에는 김 일병의 특별한 스케치북도 있다. 바로 청주함에 설치된 휴게실의 한쪽 벽면. 배에서 자주 그림을 그리던 김 일병을 본 부서장이제안한 일이다.

김 일병은 선뜻 나섰다. 이후 김 일병은 일사천리로 벽화를 그렸다. 재료는 함정 페인트. 갑판 수병으로 작업하다 남은 페인트를 활용했다. 세부묘사는 예술적 표현을 위해 붓 대신 손가락을 활용했다. 그렇게 탄생한 벽화가 '청주함 히어로'다.

이 벽화 작업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다른 김선우 일병들이다. 갑판병 김선우 일병을 도와 조수 역할을 한 것이 추진기관병 일병 김선우와 보급병 일병 김선우다. 세 명의 김선우가 만든 '청주함 히어로'는 함정의 명소가 됐다.

청주함 다빈치라 불리는 김선우 일병은 "같은 이름을 가진 것뿐인데 다른 김선우 일병들은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줘 의지가 많이 된다"며 "청주함 휴게실 벽화를 그리는 동안에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 노력했고, 벽화가 완성되자 서로 기뻐했다"며 끈끈한 전우애를 자랑했다.

■ '베푸는 삶을 사는' 보급병 일병 김선우(金宣宇)

보급병 일병 김선우는 갑판병 김선우 일병과 동갑내기 친구이자 군대 동기이다.

둘은 해군교육사 기초군사교육단에서 훈련을 받던 훈련병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훈련병 시절 같은 이름의 동기가 있다는 사실은 알게 모르게 힘이 됐다고 한다. 생활관도 통로형태로 돼 있어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훈련교관이 부르면 둘이 같이 달려 나갔다. 함께 훈련받은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가족들에게 오는 인터넷 편지도 번지수를 잘못 찾아간 적도 있다.

그런 김선우 일병 두 명이 모두 청주함에 배치됐다. 둘은 청주함에서 더 친해졌다. 김 일병이 보급품 상자를 옮길 때면 동기 김선우 일병과 선임 김선우 일병이 앞장서 도와준다고 한다. 김 일병도 보급품을 나눠줄 때 같은 김선우 일병들을 먼저 챙겨주려 노력한다고 한다.

보급병 김선우 일병은 "훈련소에서 같이 훈련 받았던 김선우 일병과 같은 배에서 근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살면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한 인연인 만큼 우리 청주함 김선우 일병은 끈끈한 전우애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함의 주임상사 김동석 상사(47)는 "우리 청주함에 세 명의 김선우 일병은 계급도 같고 이름도 같고 하는 행동도 같다. 서로를 항상 챙기고 위해준다"며 "청주함은 바다에 나가 있는 일이 많아, 함정 근무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 이 세 명은 전우애를 바탕으로 조국해양주권을 수호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똘똘 뭉쳐 다른 동료들에게도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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